매일신문

아파트 평형 클수록 안팔린다…평형따라 '양극화'

'중소형은 현상 유지, 중대형은 싸늘.'

3·30 조치 이후 아파트 시장에서 평형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의 고가 주택 세금 중과 등의 영향으로 신규 분양 시장에서 50평형대 이상 계약률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도 대형 평형으로 올라갈수록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형 평형은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2~3년간 중대형 평형 공급이 많았고, 6억 이상 주택에 대한 종부세 영향 등으로 거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올 상반기 이후 큰 평형일수록 가격 조정을 더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쌓여가는 중대형 매물

비교적 단지 규모가 큰 수성구의 A단지. 지난해까지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형성되던 이곳은 올 들어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단지 내 한 부동산 중개업체 대표는 "실수요자가 많은 30평형대는 찾는 문의도 있고 계약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40평형 이상부터는 거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50평형대 이상은 올들어 매물은 계속 쌓여가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 거래량이 지난해에 비해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또한 평형에 반비례해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소 측의 설명이다. 30평형대는 대기 수요도 있고 급매물 위주로 1천만~2천만 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계약이 되고 있지만 40평형대는 2천만~3천만 원, 50평형 이상은 5천만 원 정도 조정된 가격에 급매물이 나와도 계약 성사가 힘들다는 것.

달서구 대곡·상인 지역도 평형별 거래 양극화 현상은 마찬가지다.

달구벌공인중개사 김지영 소장은 "대곡 지역의 경우 20, 30평형은 예전부터 인기가 좋고 지금도 거래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40평형대 이상은 급매물이 아니면 계약이 거의 어렵다."라며 "매매 가격도 1억 원 전후의 20평형은 300만 원 정도 소폭 하락했지만 1억 5천만~1억 6천만 원대의 30평형대는 500만 원, 중대형 평형은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분석학회 권오인 이사는 "중대형 평형은 내년 이후 입주 물량이 많아 실수요자들도 대기 수요자로 바뀐데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와 6억 원 이상 주택 종부세 영향으로 이사를 원해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으면 신규로 집을 살 수 없는 탓에 거래가 더욱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입주 앞둔 분양권 시장도 중소형만 선호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황금주공 재건축 아파트인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는 4천 가구가 넘는 대구 최대 단일 단지로 입주일이 다가오면서 지난달 이후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권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조합원 등기가 내달초로 다가오면서 가격 조정이 진행돼 매물 중 상당수가 소화됐다."며 "48평까지는 어느 정도 계약이 되고 있지만 50평형 이상은 거래가 부진하다."고 밝혔다.

이 단지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평형은 32평형과 41평형. 지난해에 비해 가격은 떨어졌지만 로열층 위주로 1천만~3천만 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으며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소들의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1천200가구 대단지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북구 침산동 코오롱하늘채도 아직 소화되지 않은 물량의 대부분이 중대형 평형들이다. 30평형대의 경우 당초 실수요자 계약이 많아 상대적으로 분양권 매물이 적었을 뿐아니라 찾는 수요자도 많지만 50평형대 이상은 분양가 수준의 매물이 많은 실정이다.

가람부동산 이상호 소장은 "같은 40평형대에서도 48평보다는 42평을 찾는 수요자가 많아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인근의 침산동 대우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중대평 평형은 올 입주 물량도 30평형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올 하반기 분양 물량 중에서도 중대형 평형이 많아 당분간 평형별 거래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 "최근 2~3년간 중소형에 비해 대형 평형 가격 상승폭이 높았던 것도 거래 부진의 한가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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