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인도견
안윤하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이
개라고
다 같은 개가 아닙니다
세상이라고
다 같은 세상이 아닌
뒷골목 후미진 어귀에서
사람의 길을 찾아
사람보다 더 묵묵하게 걸어가는
개,
그저
개일 따름입니다
흔히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람 중에도 '사람다운 사람'이 있고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말일 겁니다. 우리는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개 같은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지요. 그런데 '개라고/ 다 같은 개가 아닙니다'. 사람보다 나은 '개'가 있습니다.
'맹인 인도견'입니다. '사람의 길을 찾아/ 사람보다 더 묵묵하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사람다운 개'이지요. 그렇다고 '맹인 인도견'에게 우리는 '사람'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개'라고 하지요.
이 부조리 앞에 우리는 부끄러워합니다. 아니 부끄러움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 더 부끄럽지요.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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