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장수

통계청이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 조사 결과'는 다양한 분석과 분류로 전례없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건강'장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1일 기준으로 실시한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서 뽑아낸 장수 부분은 지난 2000년 100세 이상 노인이 934명에서 961명으로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화 시대에 걸맞게 초고령 노인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고령자는 111세로 갑오경장이 있었던 1894년에 태어난 할머니 두 사람이었다. 여성이 더 오래 산다는 속설과 기존 통계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전체 100세 이상 노인 중에도 여자가 전체의 89.2%나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0세 이상 여자 증가율이 0.6%에 그친 데 반해 남자는 26.8%나 늘어, 남자 장수 인구의 약진이 뚜렷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도 관심거리다.

○…남자 가운데 최고령자는 대구 평리동에 사는 석판수 할아버지로 108세다. 17세에 결혼, 슬하에 3남3녀를 두었는데 70대 장남 가족과 함께 산다. 석 할아버지는 지금도 신문과 책을 읽을 정도로 시력이 좋고 정신이 맑아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지었던 할아버지는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요즘도 매일 아침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1시간씩 하는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 아내와 사별한 석 할아버지처럼 100세 이상 노인의 97.1%가 배우자와 사별했다. 사별한 나이는 남자 82.6세, 여자 61.7세로 남자는 20년, 여자는 40년을 혼자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는 2.2%였는데 이중에 부부 모두가 100세 이상인 초고령 부부가 딱 1쌍 있었다. 남편 103세, 부인 101세 부부로 지극히 어려운 백년해로의 꿈을 이룬 셈이다.

○…100세 이상 고령자의 80%는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이 많은 것은 그것 자체가 장수의 한 요인으로 긍정적 현상일 수 있으나, 날로 어려워지는 가계의 고령자 보호와 지원에 공공부문이 팔짱을 끼고 있음을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소망은 "편안히 빨리 죽는 것"이 가장 많았다(23.8%). 당국의 체계적 지원과 보호로 100세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게 해야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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