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잡아라! 여름 영화팬"…국산 애니메이션 잇단 개봉

월드컵의 터널을 빠져나온 극장가가 '여름 잔치' 준비로 분주하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등이 성수기 시장 선점을 서두르는 가운데 국내 애니메이션들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고 있다. 특히 여름 시즌에 맞춰 잇따라 개봉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미국과 일본의 작품들과는 다른 새로움으로 무장,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2000년대 초반 대작 애니메이션의 잇따른 흥행실패로 촉발된 시장 침체를 딛고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각오다.

조범진 감독의 '아치와 씨팍'(28일 개봉)이 선봉에 나선다. 1998년 기획에 들어가 8년간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발칙한 상상력'으로 시작부터 흥행 가속도를 붙일 태세다. '아치와 씨팍'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정작 애들은 볼 수 없다.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가 붙었다. 교훈이나 계몽보다는 오히려 '쾌락' 코드가 영화를 채운다. 노골적인 성에 대한 유머와 욕설이 가득하다. '아치와 씨팍'(접두사 '양'과 접미사 '새'가 각각 생략됐다.). 제목은 영화가 갖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넌지시 말해준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어느 미래. 모든 자원이 고갈된 인류는 인간의 배설물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에게 대변 많이 보기 촉진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다. 대변을 많이 배출한 사람에게 마약효과가 있는 '하드'(하드 아이스크림)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아치'와 '씨팍'은 하드를 찾아 헤매는 도시의 하이에나. 그들 앞에 하드의 부작용으로 사고와 생식기능이 마비돼 오직 하드만을 찾는 거리의 부랑아들이자 최대의 갱조직 '보자기 갱단'이 나타나고 여기에 괴력의 형사 '개코'가 합세하면서 그야말로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발칙한 소재에 '매트릭스', '스파이더맨', '전함 포텐킨', '인디아나 존스2' 등에서 따와 덧입힌 패러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빠른 극적 전개와 맞물려 재미를 배가 시킨다. 류승범, 임창정, 현영 등 끼 많은 톱스타가 목소리를 입혔다.

바통을 이어받는 '파이스토리'(이경호·존 폭소.하워드 베이커 감독, 7월 6일 개봉 예정)는 디즈니의 '니모를 찾아서'가 연상될 만큼 온갖 물고기와 해양생물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한국 에펙스디지털과 디지아트가 미국의 원더월드LLC와 공동으로 제작, 한국과 미국의 첫 합작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특히 수동적인 하청제작 형태와 달리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 배급까지 모든 사안에 대해 한미제작사들이 공동으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진행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합작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무시무시한 그물의 공격에 엄마, 아빠를 읽은 어린 청새치 파이는 돌고개 가족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큰 파이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펄 이모를 찾아 나선다. 그곳에서 파이는 슈퍼모델 물고기 코딜리아를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코딜리아는 상어 트로이가 점찍어놓은 상태. 파이는 트로이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뛰어난 그래픽 기술로 40여 종이 넘는 개성 만점 캐릭터와 해저공간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2대8 가르마에 무표정한 얼굴로 월드컵 경기장을 누비던 모레노 주심을 패러디해 인기상한가에 있는 중견배우 임채무와 개그맨 박명수, 그룹 SS501 멤버가 참여해 캐릭터에 목소리를 입혔다.

8월 개봉하는 '천년여우, 여우비'는 각종 해외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면서도 정작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던 국산 애니메이션의 주소를 새롭게 쓸 기대작으로 꼽힌다. '천년여우...'는 '마리 이야기'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이성강 감독이 전편의 실패를 딛고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는 두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

꼬리 다섯 달린 10살짜리 구미호 소녀가 한 소년을 사랑하면서 겪는 로맨스 판타지가 그려질 영화는 2년간의 기획 단계를 거쳤다. 특히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8억 원을 보태면서 제작비만 총 35억 원이 투입됐다. 입체적인 가상 세트와 동적인 앵글을 표현하기 위한 3D 배경, 사실적이고 깊이 있는 회화성을 연출할 수 있는 2D의 장점을 배합한 2.5D 기술을 구현했고 재일교포 양방언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여름 시장에 닻을 올린 국산 애니메이션은 차기 작품들의 제작으로 순항을 이어간다. 네 명의 천재소년들이 뮤지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천계영 만화가의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길 '오디션'이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지난해 MK픽처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가 공동제작키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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