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학이 더 바쁜 50대 여대생 …만학도 안현숙씨

향학열에 불타는 50대 여대생.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속엔 배움의 의지가 가득하다. 20대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갑절로 노력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그 이상의 노력도 아끼지 않는 열정을 가진 아줌마 여대생 안현숙(50·계명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 씨.

지난 3일 오후 2시 계명대 체육대학 1층 강의실. 안 씨는 여름방학임에도 생활체육지도자 3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100% 출석. 신문사 취재 역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야 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지칠 법도 한데 여름방학은 더 바쁘다. 오전 5시면 이부자리를 걷고 벌떡 일어난다. 1시간 정도 가벼운 교양서적이나 전공, 자격증 관련 서적을 들여다본다. 오전 6시부터 7시까지는 가족들의 식사 준비시간. 자신은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에 죽을 찾는 남편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자녀들의 먹을거리도 차려놓는다.

오전 7시 20분이면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자신의 집을 나선다. 승용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계명대까지 달린다. 9시에 시작되는 강의시간을 철저히 엄수해야하기 때문. 수업시작 30분 전에 도착, 공부해야 할 내용을 미리 훑어본다. 자리도 고정석으로 맨 앞줄 강사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오전 3시간 수업을 듣고 맞이하는 점심시간은 소중하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내식당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식사 후 캠퍼스 잔디밭에서 20대들과 나누는 대화는 젊음의 보증수표. 결코 뒤지지 않는 센스로 함께 웃고 얘기한다.

오후 1시 다시 수업이 시작된다. 문제없다. 오히려 배움의 시간이 아까울 정도. 지난 3학기 동안 단련된 필기실력이 발휘된다. 긴 내용을 자신만 소화할 수 있는 글로 짧고 명료하게 써 놓아 이해도를 높이는 것. 수업은 오후 4시에 끝난다.

4시 이후는 남편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개방적인 성격인 남편과의 운동시간은 부부간의 정을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 20대 못지 않은 체력, 타고난 운동신경은 공부하는데 필요한 정신력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운동이 끝나면 오후 7시쯤 집에 도착한다. 이때쯤이면 주부로 돌변, 가사일을 시작한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집안 청소까지 한 뒤 휴식을 취한다. 바쁜 일과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오후 9시가 조금 넘으면 바로 잠자리에 든다. 일찍 자는 것은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바쁜 일과를 소화해내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생활리듬, 건강을 지키는 나름의 비결이기도 하다.

이렇듯 평일 일과는 배움으로 점철되지만 토요일은 다르다. 안 씨는 대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치매노인들을 위한 간병 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시어머니의 치매 간병이 계기가 됐다. 자원봉사 전공실습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안 씨의 정규과정 학교 성적도 톱 클라스. 2학년 1학기 7과목 20학점 중 한 과목만 빼고 모두 A학점을 받을 정도. '공부하는데 갈수록 탄력이 붙는다.'는 그는 "배움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고 외친다.

"대학 정규과정을 마치고 나면 복지관을 운영하고픈 꿈이 있습니다. 늦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환갑때쯤 박사과정 또는 유학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아요?"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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