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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이재석 作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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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이재석

사랑의 기쁨이 감미로움이

가슴 가득

고일 무렵이면

내 운명은

짙푸른 수의(囚衣) 한 벌 던져선

자꾸만 굵어져 가는

쇠창살 속에 처박아 놓았다

어두운 방 안에다

온통 그리움으로 타는

등촉 휑하니 밝혀 놓고도

뿌리지 못한 씨앗

담석으로 굳어져

햇살 자르는

그대의 칼날질에

토막토막으로

온몸 흩어진 뒤에야

비로소 내보일

눈물로 뒤범벅된

까만 아픔을 키운다.

수박은 껍질은 '짙푸른 수의' 혹은 '자꾸만 굵어져 가는 쇠창살'이 되어 붉은 속살과 씨앗을 가두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박'은 '사랑'과 같다. '사랑의 감미로움'이 '수박의 붉은 살'이라면 혼자 앓는 '그리움'은 '수박의 씨앗'이다. 그렇다. '수박'이 '그대의 칼날질에/ 토막토막으로/ 온몸 흩어진 뒤에야' 까만 '씨앗'을 보이듯이 가슴 깊이 숨겨둔 '그리움'도 우리의 육신이 다한 뒤에나 드러날지 모른다. 수박이 붉은 속살과 물로 까만 씨앗을 키우듯이 사랑도 '눈물로 뒤범벅된/ 까만 아픔을 키우'고 있다.

이 여름, 수박을 먹으면서 사랑의 달콤함을. 씨앗을 뱉으면서 그리움의 아픔을 생각한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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