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역 사회의 話頭(화두)는 대구'경북 '경제 統合(통합)'이다. 경제 통합만 달성되면 대구와 경북이 살기 좋아질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아질까. 아니다. 경제 통합은 대구'경북 경제 발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못된다.
충분조건은 무엇인가. 지난 12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구상의 창립 100주년, 매일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은 지역 사람들의 '우물 안 개구리 의식' 타파가 우선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폐쇄성을 벗고 개방 사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단과 처방이었다.
외환위기는 지역 섬유산업에는 거꾸로 好機(호기)가 됐다. 원화 값 폭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거의 두 배나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지역 직물업체들은 바이어의 요구대로 수출單價(단가)를 마구 내렸다. 하지만 한 번 내린 수출단가는 원-달러 환율이 정상을 되찾아도 다시 올릴 수 없었다. 그것으로 지역 섬유산업은 결딴나고 말았다. 당시 지역 섬유산업에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왔으나 이를 무시한 지역 섬유업계는 짧은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를 즐기다 한겨울을 맞고 말았다.
대구 섬유산업의 몰락과 함께 대구경제도 계속 내리막길이다. 신성장 동력산업의 발굴을 等閑(등한)해 섬유산업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구 사람들의 보수성과 폐쇄성 때문이다. 당시 대구 섬유업계가 우물 밖으로 뛰쳐나와 해외시장 동향을 좀 더 자세히 알았다면 그처럼 무모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지적하며 '우물 밖 개구리(井外蛙)'가 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우물 안 개구리(井中蛙)들이 대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다 보니 우물 밖 개구리들의 경고는 한낱 불평'불만에 지나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들의 得勢(득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우물이 이처럼 깊다 보니 '대구 개구리'들이 우물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깊은 우물은 여름이 와도 더운 줄 모르고, 겨울이 닥쳐도 추운 줄 모른다. 사시사철 안온한 환경이다. 이는 시야를 좁히고 위기의식도 사라지게 한다. 위기의식의 부재는 변화를 거부하게 하고 정체와 퇴보를 부른다.
우물은 무엇보다 편벽한 사고를 키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회적으로 판별하는 '사회적 지능'을 떨어뜨린다. 사회적 저능아도 욕심은 있다. 그것은 시기와 질투다. 그래서 대구'경북 사람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나왔다. 우물에 갇혀 살다 보니 생겨난 게 대구'경북사람들이 '미덕'으로 자랑하는 '의리'다. 하지만 의리는 우물 내 패거리 문화의 산물로 '정의'란 위선의 탈을 쓰고 우물 밖 사람을 핍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九旬(구순)을 바라보는 지역 출신 元老(원로) 김준성 전 부총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라"고 충고했다. 최상철 서울대 명예 교수 역시 "인류 역사를 통하여 닫힌 도시는 멸망했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와 인종과 이념을 포용하는 용광로가 돼야 도시의 활력이 생긴다"는 苦言(고언)을 남겼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 곳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메뚜기는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 한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莊子(장자) 秋水(추수)편에 실려 있는 첫머리 에피소드다.' 우물에서 벗어나 바다로 나가는 첫걸음은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물 바깥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우물을 벗어나는 것은 두렵다. 더욱이 닫혀 있던 지역 사회가 우물 밖으로 뛰쳐나가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좋은 습관은 들이기 어렵다. 좋지 못한 구습을 타파하고 우물을 뛰쳐나가게 하는 게 리더십이다. 새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첫 번째 임무는 '우물 밖 개구리' 양성이 아닐까.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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