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은 급속한 과학 기술의 발달과 정보화, 국제화, 세계화 등의 흐름 속에서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평가의 영역도 다른 영역에 비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은 바람직한 교수 학습 방법을 수용하고 교육 현장에 적용하여 영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입학시험의 준비교육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학생들의 영어 능력의 질적 향상이나 기능적인 면의 개발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의 목표를 올바르게 달성하였는지의 여부는 평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때 평가는 교수 학습 방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을 역류 현상(backwash, washback effect)이라 한다. 이 역류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뉜다.
부정적인 예로 1992년도까지 실시된 대학 입학 학력고사를 들 수 있다. 이때의 영어 시험은 언어의 네 가지 기능 중 듣기, 말하기 및 쓰기의 세 기능은 무시한 채 오로지 읽기 기능을 측정하기 위한 독해력과 문법에 편중됐으며 단편적으로 발음, 어휘, 회화체 문장이나 드물게 영작을 다루고 있다.
이에 반해 1993년도부터 현재까지 실시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은 과거 학력고사나 대학별 본고사에 비해 영어 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문자 언어만을 측정해 왔던 과거의 시험 형태에서 벗어나 '듣기' 시험의 도입으로 인해 언어의 음성 기능도 측정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97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제외한 대학별 본고사가 전면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수능시험은 대학 입학시험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수능시험의 언어 기능별 언어 능력의 출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듣기 평가의 경우 전체 50문항 중 17개 문항이 음성언어를 중심으로 한 듣기와 말하기 문항이 출제되고 있다. 듣기 문항은 읽기 문항의 내용보다는 쉬운 어휘와 표현이 사용되었으며 개인생활, 학교생활,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소재의 대화나 담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였는지의 사실적 이해에 중점을 두었으며 추론적 이해나 판단과 감상 등의 종합적인 이해력을 묻는 문항 역시 제시되었다.
둘째, 말하기의 평가는 4, 5개의 문항으로 대화문이나 담화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출제되었다. 구체적 상황에서의 문맥상 올바른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의사소통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동일한 내용의 문장을 대화문으로 재구성하여 문맥상에서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알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있다.
셋째, 쓰기 평가는 문법성 판단력, 글의 논리적 순서나 전개, 또는 문단간의 연결, 단락의 요약 등을 묻는 문항으로 전체 5, 6문항이 간접적으로 다루었다.
넷째, 읽기 평가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전체의 약 60% 이상으로 이루어졌으며, 대학 수학에 필요한 영어 서적을 읽어 이해할 수 있는 독해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독해의 측정은 다양한 종류의 글이나 여러 단락의 비교적 긴 지문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주제, 요지 등 필요한 정보에 대한 사실적 이해, 추론적 이해, 감상과 판단 등을 포함한 종합적 이해 능력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능시험은 비슷한 유형의 시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두 가지의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듣기와 말하기의 음성언어의 배점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듣기와 말하기 기능의 비중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경향이다. 또한 듣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대화나 담화의 길이가 길어지며 동시에 답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가 줄어들어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둘째는 읽기와 쓰기의 문자언어의 문항을 쉽게 풀기 위해서 많은 어휘 수를 알아야 한다. 종전에는 공통영어 수준의 약 1천500개 단어에서 최근에는 약 5천 개 어휘가 출제되고 있으며 지문의 길이가 점점 길어져 약 400~500 단어로 이루어진 장문을 빨리 읽어 이해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전병만 (전북대 교수)
※이 글은 한국영어교육연구회와 대구작가콜로퀴엄이 지난 달 31일 진행한 월요시민영어강좌 '수능 영어 만점이 보인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다음 특강은 7일 오후 7시부터 대구 교보문고 10층 강당에서 김진완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어떤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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