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영화, 추석시장 각축 '잔혹사'

추석(10월6일)이 되려면 아직 한달 반가량 남았다. 그러나 추석을 준비하는 한국 영화계는 하루하루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마른다. 전통적으로 추석 연휴는 극장가 최대 대목인데, 그중에서도 올 추석 연휴는 개천절이 끼는 징검다리 연휴까지 합쳐 최대 9일(9월30일부터 10월8일)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기간 출사표를 던진 영화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 그러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물론 덕분에 관객은 즐겁게 됐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추석 시장에 내놓을 최정예 용사들을 최근 하나둘씩 확정하고 나섰다. '2006 추석 잔혹사'를 펼칠 '빅6'를 소개한다.

◇'가문의 부활'(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추석을 겨냥하면서도 한 주 빠른 9월21일에 개봉하기로 했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자신감이 한껏 묻어난 결정. 1편 '가문의 영광'에 이어 2편 '가문의 위기'가 연속으로 빅 히트하면서 일사천리로 기획된 말 그대로 추석용 영화.

'명절에는 역시 코미디'라는 모토 하에 기획했고, 오로지 그 목표를 향해 '올인'했다. 그 때문에 제작 역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5월30일 크랭크 인, 아직 촬영조차 끝나지 않았음에도 개봉일을 잡았다.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라고 하기엔 말도 안되는 제작기간이지만 2편 출연진과 제작진이 그대로 바통을 이은 덕분에 밀어붙이고 있다.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탁재훈, 공형진, 신이, 임형준, 정준하가 다시 뭉쳤다. 2편에서 검사 며느리를 맞이하며 '조폭 사업'을 청산한 백호파 가문이 김치사업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잘살아보세'(감독 안진우, 제작 굿플레이어,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미디는 '가문의 부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고심 끝에 추석 개봉작으로 최근 결정한 이 영화 역시 웃음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영화. 9월28일 개봉한다.

코믹 연기의 보증수표인 김정은과 이범수가 뭉친 '잘살아보세'는 '가문의 부활'과는 전혀 다른 행보 끝에 추석 시장에 나왔다. 작년에 크랭크 인했으나 제작비 문제 등으로 산전수전을 겪으며 완성됐다. 그러나 제작 초기부터 입소문이 났던, 재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무기로 '고진감래'를 꾀하고 있다.

1970년대 초 국가적 사업인 '산아제한'을 위해 충청도 한 시골에 파견된 보건사회부 소속 가족계획 요원과 급조된 마을 이장 요원이 출산율 0% 달성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이들의 임무는 부부들의 잠자리를 감시하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아침, 배급 시네마서비스)

'왕의 남자'로 국민적 스타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이 안성기와 박중훈이라는 두 걸출한 주연배우의 이름보다 먼저 들어오는 작품. 9월28일 개봉한다.

한물간 왕년의 가수 왕과 그의 오랜 파트너인 매니저가 그리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 영화적 기교나 허풍은 일체 걷어내고 오로지 잘 익은 드라마로 어필한다. 규모나 콘셉트에서는 결코 화려하지않지만 뚝배기의 뭉근한 맛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 그래서 추석 시장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감독과 '황산벌'에서 손잡고 사극에 도전했던 박중훈은 이번에도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을 캐릭터를 맡아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또 실제로 절친한 형, 동생 사이인 안성기-박중훈이 '투캅스' 이후 십수년 만에 다시 뭉쳐 그간의 세월과 관록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냈다.

흘러흘러 강원도 영월의 라디오방송 DJ로 '전락'한 왕년의 스타와 그의 매니저의 인생유전이 펼쳐진다.

◇'타짜'(감독 최동훈, 제작 싸이더스FNH, 배급 CJ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는 '타짜'와 '거룩한 계보'의 개봉 순서를 놓고 아직까지 저울 중이다. 두 작품 모두 추석을 목표로 현재 후반 작업 중인데, CJ엔터테인먼트는 15일 현재 이 중 한 작품을 9월21일에, 다른 한 작품은 28일에 개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대단히 매력적인 구성이라 배급사로서는 행복한, 그러나 무척 괴로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타짜'는 허영만의 동명 인기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까닭에 출발부터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단번에 인정받은 최동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적 재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도박판에 전부를 건 전문도박꾼들, 일명 타짜들의 화려한 기술과 끝없는 욕망에 관한 드라마. 조승우와 백윤식, 김혜수가 각기 개성 뚜렷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맡아 한판 연기 대결을 펼쳤다. 특히 조승우의 변신이 관심을 모은다. 그간 순수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조승우가 전설의 도박꾼을 어떻게 연기했을지 기대된다.

◇'거룩한 계보'(감독 장진, 제작 K&J·필름있수다, 개봉 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웰컴 투 동막골'을 제작하고, '박수칠 때 떠나라'를 연출하며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였던 장진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조폭영화. 그러나 기존의 조폭영화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조직에 배신당한 전설의 칼잡이 동치성이 감옥에서 '거룩한 계보'라는 이름의 사조직을 만든 뒤 탈옥해 복수한다는 내용.

사실 설정만으로는 기존 조폭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제작보고회에서 장 감독이 "'조직폭력배 가지고 저런 이야기도 만드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던 만큼 장 감독 특유의 재치와 비틀기가 어떤 식으로 작용했을지 기대된다.

정준호와 정재영이 호흡을 맞춘 것도 관심을 끈다. '공공의 적'에 이은 정준호의 묵직한 연기와 정재영의 신뢰를 주는 연기가 대결을 펼친다.

◇'구미호 가족'(감독 이형곤, 제작 MK픽쳐스, 배급 MK픽쳐스)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9월21일과 28일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국 영화에서는 대단히 독특하고 위험한 장르인 뮤지컬을 과감히 선택해 눈길을 끈다. '제작 명가(名家)' MK픽쳐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완성도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다.

제목 그대로 구미호 가족의 '살신성인(殺身成人)' 인간되기 프로젝트를 그렸다. 인간의 간을 통해 진짜 인간이 되길 원하는 구미호들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겪게 되는 산전수전이 펼쳐진다.

제작사는 "공포, 엽기, 뮤지컬, 코미디가 혼합된 엽기뮤지컬 코미디 영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문의 부활', '잘 살아보세'와는 또다른 맛의 코미디.

주현, 박준규, 하정우 등 연기파 배우들의 하모니가 기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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