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정년퇴임 고별 강연을 통해 '대학은 사회 비판 談論(담론)의 산실이어야 한다'고 했다. '비판과 저항, 대안담론을 담는 창조적 공간'이라고도 했다. 과거의 대학은 그랬다. 비판적 대안담론의 생성 장소였으며, 그것이 대학의 존재 근거였고, 기능이자 이념이었다. 우리 대학들 역시 얼마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그런 본연의 기능과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대학들이 놓인 상황은 너무나 달라졌다. '대학과 기업이 뭐가 다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就業(취업)에 어떤 성과를 낳는가'가 명성을 좌우하는 시대가 돼 버렸다. 교수의 능력을 재는 잣대가 신입생 모집률이며, 학생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은 토익 점수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좀 심하게 말하면 이제 대학은 '취업 준비 학원'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대학 캠퍼스가 2학기 개강과 동시에 취업 열풍이 뜨겁다고 한다. 과거와는 달리 소위 'SKY'로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들까지 직접 취업 지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들 대학들이 앞장서서 취업박람회를 열고 있다는 건 명문대 간판만으로 걱정을 덜 하던 시대는 가고, '취업 전쟁의 안전지대'도 사라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대학 취업박람회에는 거의 예외 없이 몰려든 학생들로 기업들의 부스가 붐비는가 하면, 그들의 눈빛이 비장할 정도라니 '취업 萬事(만사)'라는 말이 그야말로 실감난다. 오죽하면 '취업 5종 세트'라는 신조어까지 나왔겠는가. 이 말은 취업을 위해선 인턴십'아르바이트'공모전'봉사활동'자격증이 필수라는 뜻으로, 졸업이 임박한 4학년뿐 아니라 저학년들까지 이 세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대학은 학문이라는 唯一神(유일신)을 섬기는 곳'이라 했다. 그런데 오늘의 대학들은 그 유일신이 '돈'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해도 지나치지만은 않을 듯하다. 청년 실업은 반드시 풀어야 할 큰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학은 나라의 지적 수준을 대변하는 國格(국격)의 지표여야 하며, 본연의 기능과 이념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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