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뭐라고,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라고?

뭐라고,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라고?/리사 시크라이스트 치우 지음, 김소정 옮김/한얼미디어

얄밉게도,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면서도 날씬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양을 먹고도 한 사람은 살이 찌고, 다른 한 사람은 늘 날씬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필요한 열량을 체내에 저장하는 정도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뭐라고,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라고?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전자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희귀병에서부터 혈통까지 유전자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2001년, 아키히토 일왕은 8세기에 살았던 자신의 조상이자 736년부터 806년까지 일본을 다스린 캄무 왕의 어머니 니가사 타카노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왕가의 혈통에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말로, 한국 언론은 대서특필한 반면 일본 언론은 침묵했다. 일왕은 이와 함께 한국인 이민자들이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일본에 전해주었다고 했다. 유전학적으로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가까운 혈연관계이며 현대 일본인들의 조상은 한국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유전자는 이처럼 혈통관계를 밝혀주기도 하지만 유전자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 일으킨 문제 때문에 희귀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은 '늑대인간'이라 불렸던 다모증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멕시코에 살고 있는 가족 다섯 세대가 갑자기 나타난 선천성 전신 다모증 때문에 고통받았다. 온 몸이 긴 털로 뒤덮인 이들은 늑대 인간이라며 서커스에 불려다니며 놀림받아야 했지만 실은 드물지만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한 여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1995년 독일 의료진이 X 염색체 한 부분에서 이 가족의 X 염색체 우성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

베르너 증후군도 단 하나의 유전자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10대인데도 흰머리가 생기고 20대가 되면 주름이 생기고 백내장 증상이 나타난다. 30대가 되면 골다공증, 당뇨병, 암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것은 돌출된 눈과 매부리코가 특징인 베르너 증후군으로, 원인 유전자는 단 하나이지만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막연하게만 알려져 왔던 유전자에 대한 비밀은 과학자들에 의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인간지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류의 염색체가 30억개 정도 되는 DNA 염기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현재 30억개의 DNA 가운데 인간 개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만드는 아주 적은 수의 유전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류의 유전자 중 99.9%는 모두 비슷하다고 한다. 사람들을 독특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전체 지놈의 0.1%에 해당하는 DNA 염기쌍 1천200개 당 한 개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이 0.1% 때문에 눈색깔, 머리카락, 병 등이 모두 다르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과학자들은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단일염기변이 지도를 두 개 완성했다. 2005년 한 과학자 단체가 단일염기변이 지도를 발표하면서 과학계는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약과 치료법을 처방할 수 있는 맞춤 의학시대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이 책은 멘델의 유전법칙 부터 후성설까지, 트랜스포존에서부터 지놈학까지를 아우르는 방대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과 현재 연구 동향까지 싣고 있어,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한 독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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