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5학년 두 자매를 둔 김란숙(39) 씨는 일주일에 2, 3차례씩 아이들이 다니는 중앙초교를 방문한다.
이 학교 학부모 명예 사서회장인 김 씨는 1년째 명예사서 학부모들과 함께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반납 업무를 도맡고 있다. 책 선정도 함께 하고 아침 정규 수업 전에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김 씨가 독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미국에서 아이들과 보낸 경험이 컸다. 김 씨 가족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만 4년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살았다. 한글도 모른 상태로 3학년에 편입한 큰 딸이 큰 어려움 없이 국내 학교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독서 습관 덕분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미국 아이들은 독서력에 따라 여러 레벨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독서수준을 철저히 평가해 그에 맞는 책을 권해 주고 있었고, 학부모들도 도서관 봉사를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의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가정내 독서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난 해 5월부터 두 아이, 아빠와 함께 가족 독서회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책사랑'이라는 근사한 이름도 지었다.
김 씨는 오후 9시만 되면 온 가족이 하던 일을 접고 30분에서 1시간 가량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이런 습관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제는 별다른 말이 없어도 책을 찾아 읽게 됐다고 했다.
"그냥 책을 읽으면 관심이 덜할 것 같아 각자 독서노트를 적고 있어요. 큰 애 독서노트를 보니 어느새 650권이나 읽었더군요." 아빠는 30권, 50권을 읽을 때마다 도서상품권을 주고 칭찬하고 있다.
김 씨는 아이들이 책 읽기를 즐겨하게 됐다는 데서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기가 읽은 책을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나 소개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권하기도 하더군요."
그는 사설 독서지도사에게 아이를 맡기는 대신 이웃과 돌아가며 독서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다. 엄마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내용을 토론한다. 지난 해 10월부터니까 벌써 만 1년이다.
"아이들이 보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의 심리나 정서를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명령조의 말이나 상처를 줄 만한 말과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게 됐지요." 그는 독서를 통해 부모도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사진 정운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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