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탈북자들을 '새터민'이라 부른다. '새털'처럼 가볍고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인가. 용어도 많이 변했다. '월남 귀순용사' '귀순용사' '탈북자' '새터민'까지... 하지만 탈북자는 더이상 '영웅'이 아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명칭이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탈북자 김용' '사업가 김용'이라는 모델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군대 동기라서, 고향 동기라고 남한 사회처럼 밀고 당겨주는 이가 없었다. 혼자였다. 하지만 운좋게도 연예계에 들어섰고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이것 저것 떼주고 10억 원이 넘는 돈으로 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1년 반 동안 파리만 날렸고 쥐만 잡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야심차게 내 꿈을 실현하겠다고 고군분투했지만 성급했다. 투자자들은 모두 빚쟁이가 됐다.
그래서 3년 간 식당 주방보조로 다시 시작했다. 2, 3시간 자면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 화장실 청소도 기꺼이 했다. 그리고 남은 돈 5천만 원으로 음식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계속 실패했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고 가정불화로 이혼도 했다. 발전기 사업부터 화장품, 건강식품까지... 사람을 믿고 투자한 모든 사업에서 부도가 났고 60억 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
하지만 다시 일어섰다. 경기도 일산에서 시작한 '모란각'은 30평에서 시작해 지금은 160평이 넘는 가든형 식당이 됐다.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80개가 넘는 체인점도 개설했다. 탈북자 1호 사업가로서 더 성공하고 싶다. 컨설팅 자문을 받고 사업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확장보다는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싶다. 선배들이 가는 길만 길이 아니라고. 누가 미용기술을 익혀 돈을 벌면 그 쪽으로 몰려간다. 식당으로 성공하니 모두 음식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북한에서 배운 것 중에 지금 쓸 것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라. 자기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분위기에 편승하면 대개 망한다.
사업 실패로 많은 것을 배웠다. 기초를 쌓지 않으면 곧 무너진다. 북한의 형제 자매들 생각으로 허송세월하지 마라. "얼마나 줄 수 있냐?"고 묻지 말고 "내가 일한만큼 달라."고 말할 수 있도록 부지런하게 뛰어야 한다.
탈북동지들이여, 마음의 거품을 빨리 빼라. 빨리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은 농사를 지으며 살면 된다. 막노동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일하면 된다. 자기 일에 보람이 있다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
김용씨는=1960년생으로 북한 자강도체육단 빙상선수 등을 하다 지난 91년 북한을 탈출, 가수 활동을 했다. 현재는 냉면체인점 '모란각'을 운영하고 중국을 오가며 호텔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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