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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얼 지키는 게 소명"…'조선족 시인' 한춘 대구서 특강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즘일수록 더욱 조선족 시인으로서 사명감이 절실합니다. 문학을 통해 우리 말과 글을 알리고 민족문화를 보전하는 일을 생애의 마지막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10일 오후 7시 대구 달성시인대학(지도교수 서지월 시인) 초청으로 특강을 가진 한춘(韓春.63.하얼빈 흑룡강신문사 고급편집위원) 시인은 중국 조선족 사회의 와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민족교육과 문화교육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피력했다.

'중국 조선족 삶의 현장과 문학의 변혁'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한 시인은 먼저 중국의 도시로 떠나거나 한국으로 돈벌러 가면서 조선족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폐교되는 학교가 늘어나는 실상을 전했다.

이는 곧 조선족 사회와 우리말의 존립기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족(漢族)에 동화되지 않고 민족문화를 지켜나가는 마지막 보루가 민족문화교육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곧 생명이지요."

한 시인은 민족의 얼을 표현하는 형태가 바로 문학이고, 그나마 문인들이 민족의 미래에 대한 우려심이 가장 높고 소명감도 남다르다고 했다. 중국 조선족 동포사회에서 한글의 역사에 대해 알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문인들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특강에 앞서 자신의 시 '무궁화련가'와 '다듬이 소리'를 낭송해 보인 한 시인의 본명은 임국웅. '한춘'(韓春)은 '한국의 봄'을 상징하는 필명이다. 1979년 하얼빈 흑룡강신문사에 입사해 문화.문학담당 기자와 문화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고급편집(대기자)을 맡고 있다.

연변과 흑룍강성의 각종 문학상과 문예상을 수상하고 한글학회와 작가협회도 이끌고 있는 한 시인은 연변대학에 귀속되어 있는 '중국조선족지성인포럼'의 이사직도 겸하면서 민족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으로 조선어로 학습하며 대학시험을 치르게 하는 제도가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적극적인 민족문화 교육을 위한 대안 부재에 어두운 표정을 남긴채 11일 오후 하얼빈으로 향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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