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축제 시즌이다. 축제하면 대학 다닐때 가요제가 열리고 각 단과대와 학과별로 연극에다 풍물놀이, 동아리별 전시회와 선후배의 만남 등으로 낭만이 넘쳐나던 캠퍼스가 문득 생각난다. 10년 전만 해도 축제는 대학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 '페스티벌'로 불리는 쌍쌍파티에 파트너를 동반, 참여하고 그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학때부터 가슴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축제하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열고 있는 지역 축제가 먼저 떠오른다. 10월 접어들면서 경북의 시·군마다 축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영양 고추문화축제, 봉화 송이축제, 영주 인삼축제, 영천과 김천의 포도축제, 경산 대추축제가 막을 내렸고 20일부터는 청송 사과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지난해 공연장 참사를 초래했던 8월의 상주 자전거축제는 올해 축제 재정비를 이유로 일시 중단했다.
경북 시·군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특산물과 특성을 내세워 '00축제'란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축제의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을철이면 이같이 '축제천국'이 된 것은 민선1기가 출범한 1995년 이후부터다. 선거로 이반된 민심수습과 지역특산물 홍보 및 판매가 드러난 이유였다.
그러나 대학축제가 상아탑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한편 선후배들과의 화합을 도모키 위한 장이라면 지자체 축제도 뭔가 노리는 지향점이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아직까지 경북에서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제외하곤 자타가 공인하는 축제다운 축제로 자리매김 한 것은 없는 듯 하다.
그런데도 일부 시·군에선 축제가 끝나자 말자 축제로 인해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얼마에, 경제유발효과가 수 십 억 원에 이르렀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실제로 그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예산집행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축제 재고론 또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축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특산물을 팔아 소득을 올리든지 아니면 특산물·지자체 브랜드 및 관광상품을 홍보, 그 가치를 높여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축제는 민선 단체장의 얼굴 알리기나 표심잡기에 맞춰진 프로그램을 짜여져 있다는 것이 냉엄한 평가다. 그래서인지 내실보다는 떠들썩한 분위기로 사람만 많이 모은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기획,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버린 지자체도 있다.
시·군 축제장의 판매 특산물 값이 일반 시중보다 비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가 하면 전국 축제장을 순회하는 야바위꾼들과 공산품 판매상들로 북적대면서 특색없는 축제장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민선축제 10년을 넘기면서 도시 사람들은 지역축제를 두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다."라며 이젠 그 지역 사람들만의 놀이장터로 생각,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추세다. 지난달의 영양 고추축제도 9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특산물 판매액은 미미,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청송군도 영양의 축제를 거울삼아 외지인들이 "참으로 잘 왔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사과 판매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내실을 기했으면 한다.
황재성 사회2부 차장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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