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주변 4강 구도 변화?…러시아 영향력 확대

북핵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 주변 4강국의 역학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으로 꼽혀온 중국의 경우 최근 들어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던 러시아는 남·북한과의 접촉을 활발히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한국 및 중국과 함께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공감대를 형성, 강경 제재에 나선 미국 및 일본과 맞서고 있다.

미국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이번 주 잇따라 동북아 지역에 급파, 대북 강경 제재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력할 움직임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사태와 관련,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를 강화시키는 것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당사국 간의 조율된 조치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과도 수시로 협의하고 있다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논의한 내용도 설명했다.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적극 나서고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6자회담의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한국에도 왔다. 16일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회담을 갖고 "가까운 장래에 6자회담으로 돌아가고 모든 상황이 외교 트랙으로 올라오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는 17일 노 대통령과 한명숙 총리를 잇따라 만나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측에선 이날 북한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힐 차관보가 방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는다. 19일에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 특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한·미·일 3국 외무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점차 부각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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