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은 황금돼지해"…2007년 맞춰 출산 '붐'

3년의 열애 끝에 지난해 9월 결혼한 장현주(28·여·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는 2007년 '황금돼지 해'에 맞춰 임신에 성공했다. "출산 시기를 맞추는데 많은 신경을 썼어요.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다 싶으면 바로 병원으로 갔죠." 장 씨의 호들갑스런 가족계획에 간혹 시어머니는 "자식이 네 맘대로 되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꿀돼지, 복돼지, 꽃돼지' 아기 꿈을 접을 수 없었던 것. 마침내 임신에 성공한 장 씨는 "아기의 행복을 바라는 모든 엄마들이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즐거워했다.

2007년, 600년 만에 찾아온다는 황금돼지띠에 맞춰 아기를 낳으려는 산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내년이 음양오행으로 따져 600년 만에 찾아오는 돼지해고, 이 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복이 많다는 속설 때문. 대구시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 출산관련업계는 내년 출산을 준비하는 임신부의 문의 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구 H병원은 최근 두달 새 정기 검진과 임신을 확인하러 오는 여성이 배이상 늘었다. 유례가 없는 저출산 시대에 이렇게 임신부가 늘기는 병원 개원 이후 처음. M여성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쌍춘년인 올해는 결혼 붐까지 있은데다 내년이 대길의 해라는 말까지 있어 아기를 가지려는 주부들의 문의가 폭발하고 있는 것. 북구 동천동 W산후조리원은 "출산 4개월 전부터 산후조리실을 예약하려는 문의전화가 많아지고 있다."며 "4, 5개월 전부터 예약하는 경우는 예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엔 '2007 돼지띠 아가 엄마들의 모임'까지 생겼다. 돼지띠 아기를 갖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던 임신부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 '기쁜맘'이라는 ID를 쓰는 한 임신부는 "내년 설날인 2월 18일보다 예정일이 빨라 돼지띠 아기를 갖지 못하게 됐다."며 "띠에 구애받지 않으려 했지만 막상 돼지띠 아기가 아니라 생각하니 섭섭했다."고 했다. 반면 다른 산모는 "내년 4월이 출산예정일인데 황금돼지해에 맞춰 출산하려는 산모들이 몰려 몇몇 산후조리원은 벌써 예약이 다 끝났다." 며 산후조리원에 대해 문의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길복 국제역술협회 총회장은 "내년에 태어난 아기는 음양오행상 재물복을 타고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띠를 맞추려는 인위적인 노력은 산모에게 스트레스가 돼 오히려 태아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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