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선후기 예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1786~1856) 선생께서 돌아가신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선지 전국 각지에서 완당 기념전시회가 기획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진적을 접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이틀의 시간을 내어 서울에 다녀왔다. 역시 완당은 우리가 낳은 최고의 석학자이며 예술가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완당 이전에 완당 같은 예술가는 없었으며, 완당 이후로도 완당 같은 예술가는 없다."는 평가가 그리 지나치지 않음을 느끼게 한 전시였다.
문인화가로서 완당의 높은 예술성은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추구했던 문인정신에서 기인하며, 그 문인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문자향'이란 고전서의 임서와 고비(古碑)의 문자연구를 통해서 우러나오는 심미의식을 말하고, '서권기'란 많은 독서와 학문을 통해서 형성되는 지성과 인품이 예술적 통찰로 승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을 단순히 고전서를 많이 임서하고 비문을 연구한 사람은 누구나 문자향을 지닐 수 있고,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은 모두가 서권기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다만 문인정신의 요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문자향 서권기'는 인간 지식의 유한성과 인간 생명이 유한함을 인정하는 삶에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자만과 아집과 이기심을 극복하고 놓아버리는 순간 생기는 텅 빈 마음의 공간을 느끼는 것이다.
이 공간은 어느 것에도 구애됨이 없는 자유자재의 공간이며, 이 무한한 초월의 공간을 통하여 발현되는 작품은 더 이상 '예술(藝術)'에 머무르지 않고 '예도(藝道)'의 경지로 나아가게 된다. 완당 사후 150주년을 맞은 지금 다시 한번 그가 강조한 '문자향 서권기'의 문인정신을 되짚어 보아야 할 때이다.
사공홍주 한국문인화협회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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