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홍조 가득한
감나무 이파리 한 잎 주웠습니다
어디를 돌아왔는지
점점이 박힌 흔적들이
어머니의 젖은 발처럼 고단해 보였습니다
해저문 창가에 가만히 놓았습니다
잠시 어둠 속에서
젖은 발을 말리듯
푸른 부채를 가만가만 흔들어 봅니다
이파리 같은 어머니가
숨소리를 내며 살짝 뒤척입니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 깨어나던
마른 삭정이 같던 어머니
가랑가랑 가랑잎을 밟고 오시는지
밤새도록 발자국 소리 들립니다
낙엽이 바람결에 스산하게 흩어지고 있다. 흩어지는 낙엽에서 문득 인생을 발견한다. 그 인생 중에서도 어머니의 삶을 떠올린다. '홍조 가득한' 이파리에 '점점이 박힌 흔적들이/ 어머니의 젖은 발처럼 고단해 보'였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원형적 그리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리라. 그 이파리에 '푸른 부채를 가만가만 흔들어'보면 '이파리 같은 어머니가/ 숨소리를 내며 살짝 뒤척'인다. 생전에 자식들, 집안 살림 걱정으로 '작은 소리에도 놀라 깨어나던/ 마른 삭정이 같던 어머니'를 보는 것 같다.
이 가을, 가랑잎 구르는 소리가 인간적 감성을 깨운다. 그리움을 깨우고 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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