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유명한 영화제목처럼 찬바람이 옷깃으로 스며들면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이럴 땐 온천욕으로 몸을 푸는 것이 제격이다. 온천수에는 각종 광물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스트레스에 지친 피로를 회복하는 데 좋다. 특히 요즘은 수능을 치른 수험생과 뒷바라지에 심신이 지쳐 있는 부모님들이 함께 온천을 찾아 피로를 풀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바로 온천으로 가는 것보다는 가벼운 산행으로 가을단풍의 끝자락을 맛본 후 온천욕을 즐기는 게 낫겠다. 이왕이면 이름있는 산이면 좋고 물좋은 온천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금상첨화다.
▶문경산행
문경으로 가자. 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인데다 명산으로 꼽히는 주흘산이 버티고 있다. 주흘산 자락은 새들도 쉬어간다는 새재길. 황장산에서 주흘산 마패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타는 산행이 다소 힘들게 느껴진다면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새재길을 호젓하게 걷는 트레킹을 권한다. KBS드라마 촬영장이 있는 제1관문을 지나 제2관문까지는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한 오솔길.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3관문까지 올라 '책바위' 등 장원급제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원으로 쌓아올린 돌탑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여기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는 장원급제를 빌면 영험이 있었다는 소문에 입시철만 되면 고득점과 합격을 기원하는 종이를 매단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논술 등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여기서 한 번 소원을 빌어보자.
조선시대에 영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고갯길은 추풍령과 죽령, 새재 등 세 갈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이 이 길을 택했다. 문경의 옛 지명 '문희(聞喜)'에서 볼 수 있듯 이 길을 통해 한양에 가서 과거를 보면 장원급제라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재길 4㎞는 조선시대 영남대로 중 남아있는 유일한 옛길이다. 주흘산 오른쪽으로는 신라시대 옛길인 '하늘재'가 복원돼 있다.
▶문경온천은
문경온천은 옛 문경읍 입구에 있다. 새재도립공원과는 자동차로 10분 거리. 산행을 마친 후 시내로 나오면 곧바로 문경온천에 닿는다.
이곳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알칼리온천수와 칼슘탄산온천수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온천탕에 들어서면 100여 명은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탕이 두 개 있다. 오렌지빛이 나는 칼슘중탄산 온천수는 지하 900m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다. 석회암석이 용해된 미세석회질이 함유돼 있어 황토빛처럼 보이는데 피부미용과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알칼리성 온천수는 탄산수소나트륨 등 각종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칼슘탄산온천수와 달리 지하 750m에서 뽑아낸다. 주말에는 산행을 마친 단체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온천욕의 또 다른 묘미는 노천탕. 눈내리는 겨울, 찬바람이 씽씽 부는 노천에서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주흘산 자락을 바라보는 고즈넉한 맛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주흘산 쪽을 투명유리로 만들지 않아 노천탕의 시야가 막혔다는 점이 이곳의 흠이다.
▶문경이 멀다면
문경이 다소 멀게 느껴진다면 대구에서 가까운 온천은 어떨까. 경산의 '사이판온천'을 리모델링해 지난 9월 최신시설로 새단장한 '경산용암웰빙스파'로 향해보자.
경산용암스파는 대온천탕은 물론 수(水)치료 개념의 독일식 '바데풀'과 아쿠아짐(Aqua gym), 어린이용 슬라이드 등 다양한 최신시설을 갖추고 있어 온천욕의 쾌적함과 놀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유럽식 수중운동시스템인 아쿠아짐은 온천욕을 하면서 사이클링과 근력운동 등 헬스클럽에서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30% 할인된 자유이용권(3만 원, 5만 원, 10만 원)을 구입할 경우 경산용암스파는 물론 청도의 용암웰빙스파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문경은?
문경에는 진산인 주흘산과 황장산 뿐 아니라 대미산과 대야산, 조령산 등 산행하기에 적당한 1천m 내외의 아기자기한 산들이 많다.산행이 지루하다면 '탕'소리에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관광사격장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활공랜드, 석탄박물관과 노후된 탄광의 철로를 개조해 조성한 철로자전거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다.
▶교통편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문경가는 길이 훨씬 편해졌다. 대구에서 1시간30분이면 문경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 문경까지는 승용차와 시외버스 모두 괜찮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경부고속도로 경유)김천분기점-중부내륙도로-문경/새재IC로 들어서면 된다. 새재IC에서 문경온천까지는 5분. 톨게이트를 통과해 오른쪽으로 온천입간판이 보이면 좌회전하면 된다.
시외버스편은 대구 북부터미널에서 문경까지는 오전 6시35분부터 저녁 8시20분까지 매 15분마다 있다. 점촌터미널에서 새재도립공원과 문경온천까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입장료 및 연락처
새재입장료는 2천100원. 문경시민에 대해서는 절반으로 할인해준다. 새재도립공원=054)571-0709. 문경시 문화관광과=054)550-6394. 문경온천 입욕료는 6천원이며 소인과 30인이상 단체는 5천원. 문경온천=054)571-2002.
경산용암웰빙스파의 입장료는 6천500원(어린이 3천500원). 경산용암웰빙스파=053)817-5500.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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