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캠프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매년 겨울방학을 앞둔 이맘때가 되면 학부모들의 관심은 캠프에 쏠린다. 캠프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사설 캠프 단체는 2천500여 곳. 이중 영어캠프가 1천800(70%)여 곳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선호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만큼 믿을 만한 곳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가의 영어캠프가 전부는 아니다. 인성·리더십 캠프, 과학 캠프, 극기 캠프, 예절 캠프, 마술 캠프 등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캠프가 다양하다.
▶방학캠프 70%가 영어캠프
윤영화(43·여·포항시) 씨는 비교적 만족스럽게 자녀를 영어캠프를 보낸 사례다. 윤 씨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필리핀의 한 영어캠프에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학원을 통해 영어공부를 시켰지만 '업(UP)된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게 동기. 500여만 원이 들었지만 그만한 효과를 봤다고 했다.
윤 씨는 믿을 만한 캠프 업체를 고르기 위해 3개월에 걸친 탐색기를 가졌다. 아이 혼자 보내려니 여간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 홈페이지를 통해 몇몇 업체를 고른 뒤 직접 전화를 걸어 꼼꼼히 물었다. 영어 수업뿐 아니라 아이가 재미를 느낄 만한 체험 프로그램도 포함됐는지 살폈다. 학교 공부가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녁에는 수학 공부를 지도하는 곳이면 더 좋았다. 업체의 명성보다는 프로그램의 내실을 먼저 봤다.
딸이 간 곳은 세부의 한 영어캠프였다. 학생들은 리조트에서 숙식을 하면서 스쿨버스를 타고 10여 분 거리에 있는 필리핀 현지 학교에 등교해서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오전 중에는 필리핀 현지 강사와 두 시간 가량 영어회화를 하고 오후에는 비슷한 레벨의 학생 4~5명과 그룹 회화를 했다. 매일 한 시간은 현지 학교 수업에 동참했다. 필리핀 아이들이 대다수였지만 유럽, 일본, 중국에서 온 비슷한 또래의 외국 아이들이 많았다.
리조트로 돌아와서는 그날 배운 것을 테스트 받았다. 또 매주 세 차례 저녁 시간을 이용해 6학년 수학 과정을 선행했다. 업체에서 고용한 한국인 강사가 선생님이었다. 윤 씨는 "희망자에 한정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수학 수업을 들었다고 하니 부모 마음이 비슷한가보다."며 웃었다.
공부만 죽자살자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윤 씨는 "해변에서 보물 찾기를 하거나 현지인과 대화를 하도록 임무를 주는 특별 프로그램을 딸이 가장 좋아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필리핀인들 앞에서 노래나 연극을 발표하기도 하고 그들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도 했다.
윤 씨가 이렇게 딸의 캠프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업체 측이 홈페이지에 그 날의 활동 사진과 내용이 매일 실었기 때문. 사진 속 딸의 얼굴이 어두울 때는 국제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있는지 꼭 확인했다. 아이가 발을 다쳤을 때도 업체 측에서 먼저 경위와 조치 사항을 알려줘 큰 안심이 됐다.
윤 씨는 "업체를 고르던 중에 참가비까지 송금했다가 모집업체와 주관업체 명의가 달라 환불까지 받는 시행착오도 겪었다."면서 "모처럼의 해외 캠프가 좋은 추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업체도 신중하게 선택해야겠지만 공부만 시키겠다는 지나친 욕심도 금물"이라고 했다.
▶영어캠프 말고도 많아요!
영어 캠프 이외에도 과학캠프, 인성·리더쉽 캠프, 극기(자긍심 발견)캠프, 예절 캠프 등 다양한 주제의 캠프가 많다. 최근에는 마술캠프, 경제캠프, 다이어트 캠프까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우선 내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해야 하고, 전에 가보지 못한 캠프라면 더욱 좋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리더십이나 자신감을 키워주는 '인성캠프'다. 학교에서는 배울수 없지만 대인관계에 꼭 필요한 사항들을 체험할 수 있다. 과학캠프는 전통적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캠프다. 어려운 과학 이론을 다양한 교구·교재를 활용해 알기 쉽게 이해시켜 준다. 극기 캠프는 해병대 체험, 국토 순례 등을 통해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테스트하고 건강한 심신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절과 효 캠프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기 캠프 주제다. 가정과 학교에서 소홀히 다루기 쉬운 예절과 효에 대한 교육과 명심보감, 사자소학등 기본적인 한문과 소양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병진 (사)국제청소년문화협회 부설 '캠프나라' 팀장은 "청소년 방학 캠프는 학부모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봤을 만큼 보편적인 방학 프로그램이 됐다."면서 "모처럼의 캠프가 소중한 체험으로 남으려면 캠프 선정에서부터 다녀와서까지 꼼꼼히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 업체 홈페이지부터 살펴라. 캠프 관련 실적이 없는 회사,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 아예 없거나 불만 글이 많은 회사 등은 일단 조심하자. 참가비 환불, 보험 가입 여부 등도 미리 확인하자.
2. 아이에게 우선 선택권을 줘라. 부모의 욕심으로만 캠프를 보낸다면 외톨이가 되거나 재미없는 캠프가 되기 쉽다.
3. 새로운 주제의 캠프에 도전해 보라. 외국어, 자연·과학탐구, 병영, 다이어트, 국토 순례 등 다양한 캠프가 많은 만큼 새로운 캠프를 골라보자.
4. 캠프를 떠나기 전에는 현지 인솔자의 연락처를 알아두고 자녀의 병력 등을 미리 전달하라.
5. 캠프 중에는 자녀를 믿어라.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6. 캠프를 다녀와서는 좋았던 점, 나빴던 점, 기억에 남는 것, 느낀 점 등을 글로 써서 남기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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