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세상사로 들볶이다보면 머리도, 가슴도 답답해질 때가 있다. 속에 火(화)가 끓어올라 어떻게든 터뜨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다. 이 경쟁사회에서 때로는 자신이 마치 작은 조롱안에서 오로지 쳇바퀴 돌리느라 허덕이는 햄스터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듣고, 너무 많이 말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우리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고뇌하게 하고, 상처받게도 한다.
1960,70년대의 히피족은 숨막히는듯한 기존 질서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고자 한 사람들이었다. 부스스한 머리, 꾀죄죄한 청바지,맨발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지언정 스스로는 바람에 걸리지 않는 그물마냥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햄스터처럼 사는 것이 지겹다면서도 날이 새면 또다시 열심히 바퀴를 굴리는 것이 우리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굴리던 바퀴를 멈추고 괴나리 봇짐을 싼다. 덜 봐도 되고 덜 들어도 되고, 하루 종일 말 안하고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나선다. 일부러 奧地(오지)를 찾아 새 삶을 가꾸려는 사람들, 대도시로 몰려가는 인파속에 세파를 거슬러 사는 사람들이 있다.
수년전 겨울, 강원도 인제의 산골짜기에서 만난 부부는 서울서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사방 둘러봐야 사람 그림자조차 찾기 힘든 외딴 두메였다. 50대 중반의 주인장은 "눈발이 날리는데 염소 한 마리가 집에 안 돌아와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날엔 이런 셈 저런 셈으로 골머리 앓던 사람이 이제는 염소가 눈 속에서 길 잃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길손의 눈엔 오히려 '행복'으로 비쳐졌다.
숲들과 구부렁길, 산등성이, 솔가지 사이로 뜨고 지는 해와 달, 졸졸거리는 개울물, 속살거리는 바람…. 오지에서 둥지를 트는 사람들은 자연과 합일된 삶이 기쁨 그 자체다. 그들에겐 부동산 투기니 대박이니 하는 것들은 초겨울 처마에 걸린 시레기 한두름만도 못하다. 도시 탈출을 꿈꾸면서도 실천에 옮길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시 구절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홀로 살리"('이니스프리의 湖島' 중)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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