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와 경쟁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스로 그 변화에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봄을 좋아 해도 여름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여름옷을 입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변화의 열쇠는 발상의 전환이 쥐고 있다. 아무리 환경과 제도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고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결코 생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세상은 생각이 바뀌는 만큼 보이고 삶의 비책은 발상의 전환만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장자'의 잡편에 보면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 소리를 몹시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달아날수록 발자국 소리는 늘어만 가고 자신의 그림자는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그는 자신이 달리는 속도가 느려 그렇다고 생각하고 더욱 빠르게 달리다가 마침내 쓰러져 죽고 만다. 그가 죽은 것은 노력이나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아날 줄만 알았지 '그늘'로 숨어들 줄을 몰랐던 것이다.
발상의 전환의 최대 걸림돌은 욕망이다. 욕망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발상의 문을 막아 버린다. 아프리카 토인들은 원숭이를 잡을 때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쌀을 넣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고 한다.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입구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면 어김없이 원숭이가 찾아와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그 순간 원숭이의 운명은 끝나고 만다. 욕망이 빚은 집착 때문이다. 손을 펴고 쌀을 버리기만 하면 자유로운 숲 속으로 돌아갈 수 있으련만, 한 줌의 쌀에 대한 집착 때문에 끝내 손을 빼지 못하고 원숭이는 처절한 죽음을 맞는다.
속담에 이르기를 제비만큼 총명한 새는 없다고 했다. 그놈은 한번 보아서 보금자리 치기가 마땅치 않으면 두 번 다시 두리번거리지 않고, 입에 물고 있던 먹이가 땅에 떨어지면 두 번 다시 줍는 법이 없다. 또 사람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인가에 보금자리를 치는 것은 깃들 곳이 거기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공자가 진과 채나라 국경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안회에게 한 말이다. 우리가 변화를 두려워하면서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우리가 살아갈 길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연주(소설가·정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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