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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단상] 위병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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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던 부대는 보기 드물게 예하 부대들이 한 울타리 안에 모여 있어서 2천명이 넘는 병력이 오직 연대 위병소로만 출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위병소의 비중도 막중하고 소위 말하는 '끗발'도 대단했다. 위병소는 밖에서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실제 근무여건은 아주 열악한 편이었다.

그러나 주말이 되면 달라진다. 고참 졸병 할 것 없이 신이 난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세련된 아가씨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면회객들이 나눠주는 사제(私製) 음식도 실컷 맛볼 수 있었다. 그때는 면회 신청을 해 놓고도 막상 병사를 만나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데, 때 빼고 광내지 않고는 절대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면회를 접수해 보면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가 있다. 그것은 면회 사병 대부분이 졸병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이등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부모님들도 많이들 오시지만 대부분 한두 번에 그치는 반면, (오래된 군바리는 부모님께도 잊혀 진다.) 아직은 '일편단심'인 애인들이 극성스럽게 주일마다 면회를 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그렇게 열녀(?)이던 애인들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 둘씩 떠나고 만다. '그건 그때의 일'로 치부해버리고 떠나는 이의 눈물은 이미 '악어의 눈물'이건만, '슬픈 군바리'에게는 그것마저 긴 여운으로 남는다. 기쁨과 슬픔이 만나고 헤어지던 곳, 그 추웠던 위병소 생활을 회상하면서.

장삼철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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