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생활비 예측 미래 불안 줄어

해마다 12월이 되면 단골 금융기관에서 달력과 가계부를 두 권씩 얻어온다. 달력은 안방과 부엌에 걸어두고 계절을 느끼고 각종 행사를 가름한다. 가계부 한 권은 나처럼 기록에 소질이 있는 막내 동서에게 주고 한 권은 내가 사용한다. 결혼 33년, 32권의 가계부가 일기장과 함께 종이 박스에 담긴 채 이삿짐에 따라다닌다. 사실 가계부 쓰기는 학교 다닐 때 용돈기입장을 적으면서 시작된 셈이다. 이것이 습관화되어 우리 가족 개개인의 씀씀이를 다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편의 용돈(?)은 불투명하다.

가계부를 적음으로 1년간의 생활비를 얼마쯤인지 예측할 수가 있으니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적다. 물론 특별비 지출은 생기게 마련이니 가계부를 쓰면서 마음 준비, 돈 준비를 미리 한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가계부는 생활비 기록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나 잊어버리기 쉬운 메모, 반찬 메뉴까지 한자리를 차지한다. 어떤 사람은 적자인 가계부를 적으니 속이 상해 안 적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적어야 하고 적다 보면 적자 가계부는 사라지게 된다. 가계부는 쓰는 이와 안 쓰는 이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삶의 자세를 긍정적으로 가지고 새해에도 나의 가계부 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김정순(대구시 남구 대명9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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