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감정'으로 국민을 원망하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너무 심했다. 아무리 가슴에 맺힌 게 많아도 그렇지, 공개석상에서, 비속어를 써가며, 군 원로를, 여권 인사를, 그리고 국민까지 격하게 비난한 것은 최고지도자의 品格(품격)과 거리가 멀었다. 물론 임기는 다가오고 지지율은 10% 유지도 힘든 처지에서 좌절감과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보 걱정을 한 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 어이없고 착잡하다. 자기 손으로 총리에 장관으로 임명했던 사람들을 난데없이 '실패한 인사'라고 박살낸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면 그들에게 국정을 맡겼던 책임은 묻히는 것인가.

남북 군사 대치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면 국민이 불안해하고 안보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非常(비상) 상황이 돌아가고 있는지 국민이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만전태세를 주문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대통령은 그런 국민이 못마땅하다고 모욕감이 느껴질 언사로 나무랐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걱정에 대해서는 "미국 엉덩이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 있는가" "(미국이) 나가요 하면 다 까무러치는 판인데" 식으로 卑下(비하)했다. 국민 수준을 비아냥대고 깔보는 말투다. 군 원로들을 향해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라고 비난한 것은 대통령의 말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노 대통령은 또 "여론조사 보니까 네 편, 내 편 할 것 없이 잘못했다고 한다. 소신껏 양심껏 했는데 판판이 깨졌다. 이제는 터질 때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하겠다"고 국민을 원망했다. 지금껏 잘해도 몰라주는 국민이니까 자기 식대로 가겠다는 소리다. 막다른 窮地(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격해져 있는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1년 이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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