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로 불황을 뚫어라.
지난해 계속된 경기 침체는 새해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면 돌파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의지가 절실한 때다. 해답은 바로 끊임없는 연구 개발. 이를 몸소 실천하는 산업 현장은 매서운 동장군이 발을 붙이지 못할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성서공단 내 대구특수금속. 자동차와 가전,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의장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5월엔 옆 자리에 제2공장을 신축하기도 했다. 산업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내년엔 30%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잡았다.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상태 대표는 '기술연구소'라고 딱 잘라 말했다. 회사 발전의 일등공신이 기술연구소 11명의 연구원이라는 것.
2001년 8월부터 운영된 기술연구소의 실적은 화려하다. 지금까지 특허 7건, 실용신안 3건, 특허 출원 중인 건수도 4건이 된다. 더 중요한 건 특허가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 특허를 매출로 직접 연결시킨 경우가 80%를 웃돈다. 연구원 경력의 이성원 영업과장은 "보통 특허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기술연구소의 성과는 무엇보다 연구원들의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노력 덕분이다. 이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퇴근 시간은 보통 밤 9시를 넘긴다. 바쁠 때는 시계 바늘이 자정을 가리킬 때까지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7년 경력의 정민화 선임연구원은 "연구소에 일하는 사람치고 밤 새어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정 선임연구원 또한 결혼 웨딩 촬영을 네 차례나 미룬 경험이 있다. 그는 "일부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아픔도 겪었다."고 귀띔했다.
5년 경력의 김영식 연구원(주임)은 "휴일에도 자주 회사에 출근하다보니 부부 싸움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권정현(여) 연구원은 "머리를 쥐어짜며 40~50개의 디자인 컨셉을 잡았는데 제품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게 마련. 경력 7년차 김일동 연구원(대리)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가전에서 우리가 만든 외장 제품이 붙어있으면 뿌듯하다."고 좋아했다. 김영식 연구원은 "개발 제품을 시스템에 프로그램화하는데 이를 통해 다른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단축될 때는 지금까지의 노고가 싹 가신다."고 했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들에겐 큰 힘이다. 포상 휴가와 특허 출원 인센티브는 물론, 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때는 양산 적용 인센티브도 받는다.
연구원이라고 회사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오산. 이들은 영업맨 못지않게 발로도 뛴다. 김일동 연구원은 "의장 부품들은 트렌드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에 각종 패션쇼와 자동차박람회, 각 회사 연구실적 발표회, 대형마트 시장 조사 등 전국 곳곳을 누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는 출장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꼭 보겠다고 결의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회사를 통해 자신이 빛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회사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무척 강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도 "내년에 태어날 2세가 세계적인 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들 연구원들은 2007년 산업 현장 중심에서 그렇게 희망을 쏘고 있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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