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성공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69cm 키에 95kg의 한나(김아중)는 몸매(?) 덕분에 미녀가수의 립싱크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나 폰섹스 파트너로 살아간다. 외모와 상관없는 직업이니까. 외모와 직업의 운명론적인 결합, 건강식품의 열풍, 비만 클리닉, 운동과 요가의 붐, 방학은 성형수술의 계절 등이 난무하는 사회는 미숙한 나르시시즘의 한 단면이 아닐까.
비만이 혐오되는 요즘, 먹는 행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극도로 먹는 것을 제한하는가 하면, 배가 터지도록 폭식을 하고 모두 토해버리는 행위, 걷잡을 수 없이 왕성한 식욕과 고도 비만…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라는 말의 어원이 철학자 플라톤이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나누던 대화에서 비롯된 것처럼, 누군가와 즐겁게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정신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본능의 하나이며, 이것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나간다. 아기가 태어나서 맛보게 되는 첫 음식은 어머니의 젖으로, 음식은 곧 어머니 사랑과 동일시된 의미로 사용된다. 그래서 식사장애의 요인으로 환자들은 엄마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과 공감해주지 않고 강요만 하는 엄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경성 폭식증은 대표적인 식사장애로, 구역질이 날 때까지 음식을 많이 먹고 토하고 그 뒤에 따르는 죄책감, 자기혐오, 우울증이 특징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폭식은 생존수단이었다. 눈앞에 사냥한 먹이가 있을 때 마음껏 배불리 먹어두는 것이 다음의 굶주림에 대비할 수 있는 방책이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폭식증이 하나의 질환이 된 것은 인간이 진화한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19세기 말에는 사회와 문화가 여성의 성욕을 억압하더니 20세기 말에는 여성의 식욕을 억압하고 있다는 말이 영화의 주제라고 한다면 억지일까.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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