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숨겨진 부채 떠안을까봐…" 상속 포기자 늘어

대구가정법원 작년 1천832건 신청

불황이 깊어지면서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와 이에 따른 피해가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부채가 무서워 상속을 아예 포기하거나 상속포기에 따른 후순위의 상속자가 자신도 모르게 채무를 승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4일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상속포기 신청건수는 모두 1천 832건으로 지난해 1천 716건에 비해 6.7% 늘어났다. 또 상속포기 관련 문의가 하루평균 20~30건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배우자 등의 사망으로 상속받는 재산이 되레 드러난 채무보다 적거나 혹시 숨겨진 채무가 밝혀질 것을 우려,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가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 2004년말 13조 9천976억 원, 2005년말 15조 8천억 원, 지난해말 18조 2천936억 원으로 3년간 무려 5조원 이상 급증한 것도 상속포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상속포기가 늘면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35) 씨는 몇달전 카드사로부터 '6개월전에 사망한 삼촌 명의의 대출금 1천만 원을 갚아라'라는 독촉을 받았다. 사촌 형이 2명이나 있어 삼촌의 채무가 자신에게 상속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김 씨는 사촌들이 이미 '상속포기'를 했고 채무가 자신에게 승계된 것을 상속포기 신청기한인 삼촌 사망후 3개월을 훨씬 지난 뒤에야 알게됐다. 부랴부랴 법원을 찾았지만 상속포기 신청기간이 이미 지난 상태였다. 삼촌이 생전에 남긴 재산은 통장에 남아 있는 50만 원이 전부였고 상속재산 한도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한정승인 역시 고려기간인 3개월을 넘겨 버려 결국 김 씨는 빚을 내 갚아야만 했다.

차경환 대구가정법원 판사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라는 제도 자체를 몰라 고려 기간인 3개월이 지난 뒤에 신청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상속 포기 신고를 할 때는 처음부터 순위에 포함된 모든 상속인들이 한꺼번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을 하는 것이 채무상속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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