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언론에 대한 비판강도를 높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4일에는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이 미디어 세계"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신년 인사회에서 "언론의 참여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한데 이은 '제 2탄'이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잇따른 비판은 '할 말 하겠다.'는 공언의 실행이자, 국민들로부터 퇴임 후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집착에서 나온 것이란 풀이다.
◆내가 국정파탄의 주범인가?
노 대통령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장급 이상 공무원 격려 오찬에서 "저는 사실 매우 어렵다."고 운을 뗀뒤 "제가 겸손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국정 파탄의 주범으로 몰릴 만큼, 국정위기를 초래한 책임자가 될 만큼 그렇게 큰 과오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는 3개의 정부가 있다."면서 ▷저와 우리(공무원)가 보는 정부 ▷야당과 언론이 말하는 정부 ▷보통의 국민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정부로 나눴다. 또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하게 한다."며 "여러분의 평가마저 정말 아니라고 한다면 저는 기대고 설 땅이 없다."고 했다.
◆미디어는 부실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
노 대통령은 스스로 언론에 찍혔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괘씸죄에 걸렸다고 봤다. 신년인사 때만 해도 자신은 돼지 한 마리를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보도에 나온 것을 보니까 꼬리만 달랑, 그것도 밉상스럽게 그려놨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각에 대해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자 원고지 63쪽에 해당하는 장문의 연설 말미에 소비자 주권을 얘기하며 다시 언론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사회에서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이 어디냐?"고 묻고 "내 생각에는 미디어 세계"라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엄청난 많은 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마구 쏟아지고, ▷누구의 말을 빌렸는 지 출처도 불명한 의견이 마구 나와서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고, ▷아무 대안도 없고, 대안이 없어도 상관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하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공직자는 언론에 무릎 꿇지 말라
노 대통령은 소비자 주권의 시대가 장차 해결해야 될 가장 큰 분야가 언론이라고 봤다. 감시받지 않는 생산자, 감시받지 않은 권력자가 가장 위험한데 감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이 한국의 언론 권력인 만큼 소비자 행동으로만 제어가 가능한 분야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직사회가 이 언론 집단에게 절대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량 상품은 가차없이 고발해야 하고,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일 나쁜 것이 유착이다. 유착하지 말라는 것이 저의 간곡한 부탁"이라고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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