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야누스의 1월과 꿈

영어 단어 일월(January)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얼굴이 머리 앞뒤에 다 붙어 있는 양면신(兩面神) 야뉴스(Janus)에서 유래되었다. 뒤에 달린 두 눈으로는 지나온 한해를 돌이켜 보며 반성하고, 앞에 달린 눈으로는 미래를 구상하며 꿈꾸라는 말이다. 그렇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뛰어가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며, 과거에 발목 잡혀 주저앉아만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새해 벽두 우리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무슨 일에나 시작은 신선하고 정결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시작이 곧 앞으로 방향을 결정짓게 하는 것이며, 바르게 출발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곧, 시작 안에 결과가 내포되어 있으며, 올바른 시작을 통해서만 그 일의 보람찬 성취가 가능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라고 시인 목월은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시작을 조심해야 한다. 처음 한 걸음이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시작할 때 중간 과정과 그 끝을, 다시 말해 결과도 신중하게 같이 생각해야 한다.

'시간은 신중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그것을 포착하는 자에게는 벗이 되며, 때가 아닌데 조급히 서두르는 자에게는 최대의 적이 된다.'라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말하고 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곳에 견고함이 들어 설 자리는 없다. 지난해 수능시험에서도 속도와 가시적인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부한 수험생들은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밀란 쿤데라가 지적하듯이 속도와 시간의 경제성만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도로의 문화'에서 주변 풍경도 살펴보면서, 삶을 여유 있게 음미하며 전 과정을 중시하는 '길의 문화'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과 삶의 질, 이성보다도 섬세하고 민감한 감성이 중시되고 있다. 또한 맹목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만용이 능사가 될 수 없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속이 허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다.

연초 우리 눈은 너무 먼 곳만을 바라보기가 쉽다. 그러나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천리 길도 발밑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일을 빨리만 하려고 하지 말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주위를 살펴보고 견고히 다지며 가자. 우리는 지금 산 아래 서서 정복해야 할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험한 산을 오르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걸을 필요가 있다. 가는 길이 험하고 거칠수록 꿈을 꾸며, 그 꿈의 실현을 생각하며 어려움을 인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꿈은 인간의 정신을 늘 새로 깨어나게 해주며 무한한 활력을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에너지원이다. 역사는 꿈꾸는 자의 편이었고, 미래는 항상 꿈꾸는 자의 것임을 기억하자.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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