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도 경쟁력인 시대. 패션도시를 자처하는 대구 지역 명사들의 패션 감각은 과연 어느정도의 수준일까?
아직까지 신년교례회 같은 자리에는 코빼기조차 비출수 없는 햇병아리 한 기자. 어쩔수 없이 사진으로 명사들의 패션을 접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새해를 여는 자리인만큼 나름대로 최고의 패션감각을 뽐내리라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사진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일단 사진은 실망스러웠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도시'라는 악명에 걸맞게 패션 역시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의 패션은 하나같이 밋밋하기 그지없는 수트에 천편일률적인 하얀 드레스셔츠. 올해의 유행은 실버톤의 스트라이프 정장이라지만 짙은 감색 일색이어서 이인중 상의회장의 새까만 정장이 가장 '튀어'보이는 축에 끼었다. 넥타이마저도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폭이 좁은 넥타이는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고, 하나같이 평범한 폭에다 색상은 레드 계열 혹은 파스텔톤이 전부다. 가슴 포켓에 행커치프(handkerchief) 한장 꽂은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여성 명사들의 패션은 나은편. 신경써 고른 색상에다 액세서리까지 멋지게 코디한 명사도 몇 명 눈에 띄었다. 그래도 눈에 띄게 화려한 복장 보다는 깔끔함을 강조한 수트가 주를 이뤘다.
아직까지도 패션에 신경쓰는 것은 연예인쯤이나 되야 한다는 뒤쳐진 사고방식을 가진 것일까? 실망한 한 기자, 대구에서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 두 명에게 쫓아가 입을 쫑알거렸다. "이래서야 과연 명색이 패션도시, '컬러풀 대구'가 되겠습니까?"
미스김테일러의 김선자 디자이너는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너무 튀는 차림보다는 격식에 맞는 차림을 하는 것이 좋다."며 "워낙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하는 위치에 있다보니 가장 보편적인 차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삐죽 내면 한기자를 다독(?)였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지적한 것은 역시나 대구의 보수성. 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지역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니 아무래도 패션 역시도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복색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때와 장소에 맞는 패션'에 대한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외국같은 경우는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여러 개의 옷을 준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아침에 입고 나온 옷차림 그대로 하루종일을 보냅니다. 당연히 때와 장소에 맞추기보다는 가장 무난한 차림일 수 밖에 없지요. 소품 하나만 바꿔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지만 이렇게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코코의상실의 박동준 디자이너는 "패션은 돈만 투자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은 남들에게 묻혀 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을 의미한다. '옷차림도 경쟁력'이라는 광고카피를 생각해본다면 지역의 명사들의 옷차림은 경쟁력과 아직 거리가 멀다. 남들과 똑같아서야 어디 눈에 들어오겠는가. 경쟁력은 커녕 남들에게 발맞추기 급급한 '궁여지책'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정도다.
튀는 것이 두렵다고? 체면이 떨어질 것 같다고? 모르시는 말씀이다. 쏟아지는 시선은 비난이 아니라 부러움의 눈초리일 것이니 일단 한번 시도해보라.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단독] 김민석 子위해 법 발의한 강득구, 金 청문회 간사하려다 불발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