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하늘길이 분주해집니다. 합창으로 끼룩거리면서 청량한 하늘을 가로지르는 철새들. 나란히 대열을 지어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은빛 기러기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새들도 세상을 뜨는 걸까요. 저들도 '자기들의 세상을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가는 걸까요. 그런데, 겨울을 건너는 철새의 대이동이 다만 살아남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랍니다.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려는 오래된 본성이 생존만을 위해서가 아니랍니다. 이 책은 그것을 아름다운 우화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린 기러기 '고머'가 주인공이지요. 고머는 자라면서 '큰마음'에 대한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듣습니다. 날개가 튼튼해지는 것도 그 속에 '큰마음'을 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머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운명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여러 기러기들의 도움으로 결국 자신의 장점과 약점 모두를 수용하고 인정하게 되지요. 용기와 순응과 긍정의 단계를 거친 고머는 모든 기러기들이 '위대한 날개'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드디어 대이동이 시작되고 기러기들은 힘차게 날아오르지요. 그들은 선두를 바꾸어가며 서로를 격려하며 대열을 이끌어 나갑니다. 지쳐 낙오하는 기러기는 전체가 만들어내는 집합의 힘으로 다시 힘을 회복합니다. 고머는 폭풍 속에서 무리들을 인도해 무사히 겨울 고향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비슷할 것입니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무리를 이루고 무리와 무리들이 모여 한 세상을 건너갑니다. 특정적이며 다양한 '나'들이 어떻게 무리 속에 용해되어 새롭고 보편적인 '우리'가 될 수 있을까요? 각각의 개별적인 요구와 무리 전체의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것은 지극히 중요한, 참으로 오래된 문제이면서 항상 새로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답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이 책의 전언에 의하면 먼저 '나'가 땅을 박차고 하늘을 날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날개도 없이 어떻게요? 중력을 떨쳐내면 된답니다. 자아에 대한 애착, 에고야말로 가장 힘센 심리적 중력입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로 무거워진 머리로는 날 수가 없습니다. 시기하고 증오하는 마음으로는 날 수가 없습니다. 서로 이익을 다투고 경쟁하면서는 날 수가 없습니다. 개인의 한계와 에고를 초월한 성숙된 의식. 그리하여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힘든 세상을 함께 건널 수 있는 '큰마음'이며 '위대한 날개'라고 합니다.
삶은 넓이만이 아니라 높이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비상(飛翔)할 수 있습니다. 새들처럼, 날개를 펴기 위한 스스로와의 싸움은 필수이지만 그러나 혼자서는 결코 세상의 폭풍을 헤쳐갈 수 없습니다.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수평적인 넓이와 그것을 초월하여 수직으로 솟구치려는 의지인 '큰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혹독한 겨울을 함께 건널 수 있습니다. 땅에 묶이고 땅에 매달리고 땅을 즐거워하고 땅에다 고개를 박고만 살 게 아니라 이제 하늘을 보고 하늘을 즐거워하고 하늘을 날고 하늘에다 길을 내고 싶습니다. 고개를 들면, 언제나 저기에 하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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