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한복판에서 영화 '방울토마토'를 촬영 중인 아역배우 김향기양을 만났다. 향기는 카메라가 돌아가자마자 금세 눈물을 쏟아낼 것같은 눈동자로 감정에 몰입한다. 7살 어린 소녀의 연기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만큼 노련함을 더한 성숙한 내면연기까지 담아낸다. 촬영장 주변은 한 아역배우에게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 어린 꼬마 소녀가 어른들의 마음을 울린 주인공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마음이'에서 소이역을 맡아 어른들의 눈물을 쏙 뺐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향기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며 달려오는 팬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팬들이 안아보고 같이 사진까지 찍으면 귀찮을 법도한데 아무런 내색없이 웃음으로 보답한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향기는 엄마 품에 꼭 안겨있고 엄마가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연기를 가르치려고 특별하게 연습을 시키고 배워본 적은 없어요. 생후 27개월 때, 우연찮게 CF 감독님이 얼굴이 너무 좋다면서 광고촬영을 한 게 인연이 됐어요. 광고가 향기의 연기를 가르친 셈이죠."
향기는 이 때부터 파리바게트, KTF, 삼성파브와 아파트광고까지 굵직한 광고를 여러 편 찍으며 광고주들로부터 성인배우 못지않게 러브콜을 받는 스타급 아역 광고모델이 됐다. 화장품 광고만 빼고는 웬만한 것은 다 해본 셈.
"다섯 살 때부터 감독님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더군요. 감독님이 그날 촬영하게 될 상황을 설명하면 향기는 놀라울 정도로 이해하고 표현을 해냈어요." 실제로 향기는 이날 촬영장에서도 충분하고 넘칠 정도로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스럽죠. 촬영장 날씨가 춥거나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이 되면 너무 미안하답니다. 다행이 아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원하는만큼 계속 뒷바라지할 생각이예요."
나이가 어린데 대사 암기는 어떻게 하는 지 물었다. "대사만 집중적으로 외우게 하지는 않아요. 먼저 상황을 이해시키죠. 가령 '등장인물이 지금 이런 상황이고 슬픈 감정인거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하고 물으면, 향기가 자기 생각을 말해요. '그럼,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이해를 했는지 감정 몰입이나 대사 암기를 신기할 정도로 너무 잘해요."
날이 어두어둑해질 때까지 진행된 촬영에서 향기는 단순히 대사를 외워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마치 등장인물이 된 듯 엄청난 집중력으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한번은 손톱이 시커먼거예요. 그래서 손톱 깎아주려고 했더니 그냥 놔두라더군요. 영화 '방울토마토'에서 손녀딸 다성이 역을 맡았는데 향기가 말하기를 '엄마! 손톱 깎으면 그 아이답지 않잖아. 그냥 놔두는 게 좋겠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엄마 품에 안겨있던 향기가 엄마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표정이 어찌나 귀엽던지.
향기는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많단다. "한번은 촬영장에서 막 울고 있는 거예요. 인터뷰를 하는데 아직 어리니까 언어표현에 한계가 있잖아요. 질문자가 향기를 배우로서 대하니까 그 이상을 물어보면 향기도 힘들었는지 막 울더라고요. 뭐라고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표현이 안 되니까." 어느새 엄마 품에서 뛰쳐나와 스텝들과 놀고 있는 향기를 보면서 어느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향기는 어떤 배우들 좋아하는지 물었다. "탤런트 김선아씨를 정말 좋아해요. 선아씨도 향기를 너무 예뻐해주지만, 향기도 선아 언니처럼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데요." 향기와 촬영을 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타고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큐사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눈물이 주르륵 흐를 정도로 타고난 배우. 어린 소녀의 무서운 감정 집중력은 잘 울 줄 아는 어린배우라서가 아니라 천재적인 배우로서 손색이 없다.
"이번 영화가 두 번째 출연하는 영화예요. 영화 '마음이'를 끝낸 뒤 함께 일해보자는 분들이 많았는데 '방울토마토' 대본을 받고 읽어주니까 너무 마음에 들어하더군요." 향기는 대본을 받고 엄마가 한번 읽어주면 금방 이해해서 자기가 먼저 뭘 준비하고 해야 될지 알고 촬영을 한다고 말한다. 천부적인 배우로서의 재능을 가진 향기,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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