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형은 男의 일

성형외과 찾는 남성들

'나도 예뻐지고 싶다.'

예뻐지려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이 당당해졌다. 이제는 사고나 화상 등으로 다친 신체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있는 외모를 만들기 위해 남자들이 성형외과를 찾는다.

재작년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며칠 동안 TV화면에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며칠 후 선글라스를 낀 대통령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됐고 청와대는 '안검하수증'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윗눈꺼풀이 처져서 시야를 가리고 눈썹이 눈을 찔러서 불가피하게 (수술을)했다는 설명이다. '쌍꺼풀수술'이다. 대통령까지 쌍꺼풀수술을 하자 남성성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확 달라졌다. 안검하수증수술을 하면 미간이 넓어지고 눈이 커져 인상이 밝고 젊게 보인다. 이미 1990년대 이후 50대 이상 남성들이 즐겨해왔지만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머리 빗고 거울을 자주 쳐다보는 아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으면 사회적 창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경호 씨는 성형을 '행복으로 가는 게이트웨이(gateway)'라고 정의한다.

어머니 손을 잡고 성형외과를 찾은 스무 살 청년은 기자의 시선에 당당했다. "엄마 닮아서 점이 많아서 빼주려고 같이 왔어요."라고 말한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얼굴에 있는 점을 빼지는 않았다.

10일 대구시내 김정철성형외과를 찾았다. 막 코수술을 마친 20대 남성이 엄마손을 잡고 성형외과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김성수(가명· 23· 대구시 서구) 씨는 "자신감이 생긴다. 가치관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범대학에 다니는 그는 졸업 후 교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가꾸고 싶었다. 주변의 친구들과도 이야기해보니 괜찮을 것 같다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엄마도 권했다. 그는 "오늘 수술해 보니 인상이 좋아진 것 같고 아무래도 사회생활하면서 인간관계가 좋아질 것 같다."며 환화게 웃었다.

성형외과 전문의 김정철 씨는 10여년 전 당시 35세의 노총각을 결혼시킨 일을 기억해냈다. 눈이 찢어져서 인상이 사나워보였던 그 청년의 코와 눈을 수술했고 그 덕분에 6개월 후에 결혼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M성형외과에서는 입대를 앞둔 한 청년(23세)이 수술을 받았다. 이무상 성형외과 전문의는 "군대를 가야하는데 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고참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눈과 코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즘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들의 상당수는 인상이 너무 강하든지 약하든지 그래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은 혼자 오는 경우가 잘 없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거나 여자친구와 함께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쑥스러운듯 주변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와서 상담을 받곤 했지만 이제는 상담을 받고 곧바로 수술날짜를 받는다. 시내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의 20%는 남자다. 서울에서의 남성성형환자의 비율은 30% 이상을 웃돈다.

대구지역의 보수성은 꽃미남으로 성형하는 것을 꺼려하게 한다.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기처럼 예쁜 꽃미남보다는 보다 남성스런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뻐지려는 남자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눈과 코수술을 통해 인상을 바꾸고 젊어지려는 남자들이 더 많아요."

성형도 유행을 탄다. 유명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환자는 거의 없어졌다. 10대와 20대뿐만 아니라 40, 50대 여성들의 성형이 크게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남성성형의 경우 20, 30대와 달리 40, 50대는 젊게 보이는 성형에 몰두한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업을 하는 남성의 경우 콧대가 낮으면 재물복이 없다는 속설에 따라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많이 받는다. 50대는 피부뿐 아니라 '노화'되는 부분을 천천히 진행시키는 수술을 받는다.

남자들의 성형은 특징이 있다.

김정철 전문의는 "여자들은 수술과정의 후유증이나 경과를 잘 알지만 남자들은 그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남자들이 (성형수술)결과에 더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남자들이 성형외과에 오면 꼭 부인을 모시고 오라고 하는 것도 특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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