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금돼지 해 老산모들…"몸 풀 준비 끝"

'황금돼지띠를 타고난 아이에게는 재물복이 있다.'는 민간속설이 퍼지면서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쌍춘년(雙春年)'인 지난해 결혼에 성공한 신혼부부들 외에도 한두 명의 자녀를 두고 단산했던 부부들까지 '돼지띠' 아기계획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들도 최근의 저출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이 같은 출산붐을 적극 반기면서 장려금 등의 당근책을 마련했다.

▶셋째아이 출산 붐

새해로 접어들면서 이미 대구시내 유명 산부인과는 출산 붐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첫 분만이 늦어지는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10일 오전 신세계여성병원에서는 46세의 한 산모가 아기를 자연분만했다. 첫 출산 치고는 순산이었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산부인과를 찾는 노산모가 크게 늘고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35세가 넘은 임산부를 노산모라고 부른다.

이 병원의 윤확 원장은 "올해 출산은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그 중 노산모의 비중도 3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셋째아이 출산 붐은 황금돼지해라는 민간속설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정책이 부추기고 있다. 윤 원장은 "하나 혹은 둘만 낳고 단산을 했던 부부들이 이제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하나 더 낳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마침 황금돼지해에 낳으면 좋다니까 이왕 낳을 거 올해 낳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부인과를 찾는 노산모들은 특징이 있다. 혼자 오거나 자녀와 함께 오는 경우가 적지않다. 다소 보수적인 지역특성 탓에 산모에게 보호자를 모시고 오라고 하면 "남편이 머리가 희끗희끗할 정도로 나이가 있는데다 직장 때문에 함께 못 왔다."며 부끄러워하기 일쑤라고 한다.

공무원 부부인 양정모(38·대구시 수성구 교통과), 배원희(35·대구시 도시계획과) 씨는 오는 5월 셋째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두 딸(8, 6세)이 있는 양씨 부부는 뒤늦게 셋째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쑥쓰러워했다. 특별히 남아선호사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부부는 셋째아이가 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유난히 기뻐했다. 이들은 대구시 공무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시가 올해 신설한 셋째아이에게 주는 출산장려금혜택을 받게 될 것 같다.

▶확대된 출산지원제도

정부의 출산지원책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비로 부담하던 '무통분만' 비용(15만 원)을 전액 의료보험으로 지원하고 불임 부부들의 시험관아기 비용도 보조해준다. 새해부터는 자녀수가 많은 가구에 대한 소득공제혜택도 늘어난다. 다자녀가구 추가공제제도가 도입, 기본공제 대상 자녀가 2명인 경우 50만 원, 3명 이상인 경우는 1명당 100만 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취학전 아동이 다닌 태권도도장 등의 학원비도 교육비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은 다르다. 아직 출산장려금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곳이 더 많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셋째아이부터 출산축하금 30만 원을 지급한다.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둘째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둘째아이는 출산용품(10만 원 상당)과 매월 10만 원씩, 셋째는 출산용품(10만 원 상당)과 매월 20만 원씩의 장려금을 각각 1년간 지급한다. 영덕군은 신생아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하고 셋째아이를 낳으면 50만 원을 추가로 준다. 청송군은 지난해까지 신생아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던 장려금을 올해부터는 50만~150만 원(첫째~셋째)으로 차등 확대지원키로 했다.

안동시도 첫째아이는 72만 원, 둘째아이는 120만 원, 셋째아이는 240만 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문경시는 둘째아이 100만 원, 셋째 150만 원, 김천시는 둘째아이 30만 원, 셋째아이 100만 원을 각각 지급한다. 의성군도 신생아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분만CD까지...산부인과 확 달라져

산부인과가 진화하고 있다. 분만과정을 녹화해서 CD로 구워주는 등 분만실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우선 임신부가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을 때마다 '4차원 입체동영상 정밀초음파'로 살펴본 태아의 움직임을 CD로 구워준다. 이메일로 동영상을 전송해주기까지 한다.

분만실에 아기아빠가 함께 들어가 생명탄생의 신비를 함께하는 광경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분만실 앞 대기의자에 앉아서 초조하게 출산을 기다리는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혹 아빠가 아기 탄생을 직접 보지 못할 경우 병원에서는 분만과정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서 CD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르바이에' 분만법을 선택한다면 분만실은 곧바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한다. 아기가 태어나는 즉시 분만실 조도를 낮춰 태반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따뜻한 목욕통에 목욕시킨다. 물론 탯줄을 바로 자르지도 않고 잠시 동안 엄마가 안고 모자간의 따뜻한 교류를 하도록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