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일찍이 치국의 요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에 있다고 설파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이다. 공자는 당시로서는 고령인 55세에 고향 魯(노) 나라를 떠나 순행(巡行)길에 올랐다. 지방에 갔을 때 그때의 강국이었던 楚(초) 나라의 새 수도 부함(負函)의 장관 섭공(葉公)과의 이런 문답이 있었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섭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治國(치국)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
이 말은 '선정이 행하여지는 나라에는 가까운 곳의 사람들이 즐거워하여 따르고 이 말을 듣게 된 사람들은 먼 곳에서도 스스로 모여 든다'는 뜻이다.
필자는 60, 70년대 새마을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무엇이 농민들로 하여금 새마을에 열광하도록 했는가를 살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그들은 새마을을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꼭두새벽에 일어나 새마을 일터로 달려간 건 박정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모진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아보자는 한결같은 일념에서였다. 물론 그런 마음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한 사람은 박정희였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그에 바탕을 둔 自助(자조)의식이 맞물려 새마을 운동의 꽃을 피웠다. 새마을 운동의 근저에 무신불립의 사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고 문득 공자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얼마 전 타계한 포드 전 미국대통령이 역사에 남긴 최대의 유산은 1974년 9월 14일 일요일 오전 11시에 이루어졌다. 그는 그날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도중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미국의 오랜 국가적 악몽은 이제 막을 내렸다"고 그는 사면성명에서 말했다. 일부 비판이 있었지만 포드는 닉슨을 사면함으로써 워터게이트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방황하던 미국을 다시 전진하게 만들었다.
교수형으로 처형된 사담 후세인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군을 "이 시대의 몽골군"이라고 말했다. 미군을 1258년 이라크를 정복한 징기스칸 군대에 비유한 말이었다. 총 병력 10만으로 아시아와 중동 전체 그리고 유럽 일부까지 정복한 징기스칸의 전략은 땅을 정복하기 전에 민심을 먼저 얻는 것이었다. 그는 이라크를 침공할 때 수도 바그다드로 바로 가지 않고 외곽의 소도시를 장악하고 현지민의 인심을 얻는데 주력했다. 이라크 국민들이 점령군에 동화하는 것을 봐가면서 서서히 점령지를 넓혀갔다. 마침내 민심을 얻었다고 판단될 때에 비로소 바그다드로 진격했다. 징기스칸의 이라크 침공 명분은 살육과 고문을 자행하는 시아파 수괴들을 징벌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의 마음(heart and mind)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민심을 다독거리기는커녕 민심을 등지는 정책들이 연일 쏟아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은 인정하지만 그 공은 우수한 공무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60, 70년대의 성장신화는 온 국민이 뭉쳐 이룩한 땀과 눈물과 열정의 결과이다. 노 대통령은 오늘의 한국을 만든 주역으로 공무원만을 지칭함으로써 그 시대를 살아온 여타 국민들을 외면했다. 서독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원들,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일한 건설 노동자들, 제철소의 뜨거운 고로 앞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 배고픔을 참고 새마을 운동을 꽃피운 일꾼들을 그는 망각했다.
김수학 전 경북도지사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