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아탑? 모금탑!"…지역大 사활건 '모금전쟁'

A대학 총장은 최근 B대학 총장으로부터 "B대학 발전기금을 내주십사" 하는 부탁을 받았다. A대학 총장의 부인이 B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A대학 총장 부인은 모교인 B대학의 '동문회 후원의 밤'에 나가 발전기금을 내놓았으며, A대학 총장 역시 B대학에 '부인의 모교 발전을 위한' 기금을 내놓을 생각이다.

지역 대학들이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각종 건물 건립, 장학금 지급, 해외연수 실시 등 학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기념품, 건강검진권 같은 각종 선물과 혜택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흉상이나 기념비를 세워주는 등 기탁자 모시기에 안간힘을 다하면서 모금액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나 모았나?

경북대는 199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553억 7천여만 원을 모았는데, 지난해와 2005년에는 각각 100억 원을 넘겨 예년의 두 배나 됐다.

영남대는 1991년말 부터 지난해까지 모금한 발전기금이 모두 481억 4천여만 원인데, 이 중 2001년 이후 모금액이 268억 5천여만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 특히 지난해 최다 모금 기록을 세웠다.

계명대도 지난해 13억 원을 모금해, 대기업 장학금 50억 원이 포함된 2004년을 제외하면 연 모금실적이 가장 좋았다.

대구가톨릭대도 지난 한해에만 7억 9천여만 원을 모아 역대 최다에다 전년 대비 두 배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모았나?

영남대는 장학금을 받았던 1990년 이전 졸업생들에게 장학증서와 편지를 동봉해 보내고 있다. 이같은 '장학금 되돌려주기 운동'으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거둔 발전기금은 6억 원. 400여 명이 동참했다.

고액 기탁자도 적잖다. 동문인 이종우 (주)한국호머 회장이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억 원 이상씩 총 9억원을 발전기금으로 냈으며 서길수 교육지원처장, 지홍기 교수, 서정숙 교수 등 현직 교수들이 각각 1억 원씩 내는 등 1억 원 이상 기탁자만 60명에 달한다.

계명대는 '매월 1만 원씩 1년만 내자'는 1구좌 갖기 운동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1학과마다 100구좌 갖기, 교직원 1인당 1구좌 갖기 같은 식이다. 동문 골프대회, 동문 업소 등에 '계명 후원의 집' 현판 달기 등 이벤트도 다양하게 열고 있다. 고액으로는 2004년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장학금 50억 원이 기탁됐고, 정재호 전 삼호그룹 회장이 지난 1994년 110억 원 상당의 땅을 기부했다.

대구가톨릭대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CU-V(Catholic University Vision)장학금' 모금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해 5월 개교기념일에 서경돈 총장을 비롯한 교내 성직자 31명이 5천만 원을 기탁했다. 또 총학생회 주최 'CU-V 한마음 모금릴레이', 음대학생회의 '음악회', '사랑카드' 발급 등을 통해 상당액의 기금을 모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구가톨릭대 후원의 밤'을 통해 2억 원, 서울지역 후원회에서 1억 2천여만 원을 모금했으며 오는 19일에는 재경동문회 주최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1억여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대는 동창회 및 동문 행사를 비롯해 '동업종·이업종 동문 교류회' '총장 서신'(연 4회) 등을 통해 모금에 전력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1인 1만 원 지로용지 모금' '사랑카드' '난치병 어린이돕기 서화 초대전' 'ARS 발전기금 모금' 등을, 경일대는 '총동창회 및 학부(과)별 동창회' '지역 산업체와의 산학협력' 등을 활용하고 있다.

◆기탁자 예우는?

고액 기탁자에 대해 흉상·기념비 제작, 무료 건강검진을 비롯한 각종 혜택 부여, 건물 및 실의 명칭에 기탁자 이름 부여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경북대는 1천만 원 이상이면 '명예의 전당' 회원 등록과 함께 명패를 설치하고, 1억 원 이상이면 평생 무료 주차권 지급, 정보전산원과 어학교육원 등 무료 수강, 10억 원 이상은 공덕비 건립 등의 예우를 하고 있다.

영남대는 60주년 기념관 건립사업 5억 원 이상 기탁자에 대해 흉상을 세워줄 계획이다. 장학금 2억 원을 기탁한 봉사단체 '강마을회'에 대해서는 박물관 앞에 기념비를 세웠다.

계명대도 기금 1억 원 이상을 낼 경우 건물 또는 방에 기탁자의 이름을 부여할 예정이며, 5억 원 이상이면 동산의료원 이용시 의료비를 대폭 감면해 줄 방침이다.

대구가톨릭대는 기금 액수에 따라 평생교육원 수강료 할인, 무료 건강검진, 진료비 감면, 기부자명 보존 등 특전을 주고 있다.

경일대도 후원자명 영구 보존, 기탁금 1천만 원 이상이면 도서관 평생 열람증 발급, 5억 원 이상이면 기부자 흉상 제작 등의 예우를 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