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검증론' 공격에 이명박 '동문서답' 응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연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 후보검증의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18일 거제도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아예 기자들에게"오늘은 되도록 정치 얘기를 하지 말자."고 선을 그었다. 검증과 관련된 질문에선"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검증이 됐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화합'과 '단결'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박 전 대표측과) 충돌해서는 안 되고 한나라당이 화합해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얼마든지 화합해서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켜갔다.

이는 박 전 대표 진영에서 이슈화하고 있는'후보검증' 논란에서 벗어나 '민생경제 챙기기'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한 전략이자 무대응으로 '김빼기'를 하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시장이 후보검증 논란에 휘말릴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논란에 끼어들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18일"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미리 우리가 자체적으로 거를 것은 거르고 의문점이나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이 전 시장을 겨냥, 후보검증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후보 검증론에 대한 박 전 대표 캠프내와 친 박 성향의 의원들 사이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근으로 후보 검증론을 촉발시킨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아무도 안 나서면 우리(박 캠프)라도 후보검증에 나서겠다."고 적극 치고 나간 반면, 박 전 대표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당이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자 간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박 성향인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은 "박 캠프에서 후보검증을 하겠다며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며 "모든 후보들이 당경선에 합류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을 때 당 차원에서 제기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박 인사로 꼽히는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도 "무슨 전략이 있어서 후보검증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괜찮지만 인터넷 등에서 얘기되는 여러가지 설을 가지고 불쑥불쑥 검증문제가 나오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박 대표가 후보검증에 대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부연설명을 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