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앙코르-경주문화엑스포

'대한민국의 수도는 경주?'

캄보디아의 젖줄이자 동양 최대의 호수인 '톤레샵'의 끝없는 황토물은 12, 13세기 인도차이나반도에 크메르 제국을 낳았고 제국은 다시 앙코르 와트, 앙코르 톰, 바이욘 사원 등 거대한 문화유적을 남겼다.

크메르 제국의 후예들인 캄보디아인들이 50일 만에 경주에 마음을 뺏겼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캄보디아인들의 가슴속에 한국혼을 심었다.

엑스포 행사장 가운데 '천마의 꿈-화랑영웅 기파랑전'과 '위대한 황제'를 상영한 3D 영상관엔 폐막 전날에도 수많은 캄보디아인들이 끝없이 몰려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신라와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인물을 애니메이션화한 한국의 첨단 문화기술을 보려고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특히 폐막일 2천여 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앙코르 와트에서 최초로 열린 연극공연 '만다라의 노래'는 찬란한 제국의 그늘에 가려진 전쟁과 분쟁을 마감하고 상생과 번영이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깜깜한 열대의 숲길에서 앙코르 와트에 비친 영상의 빛은 비극의 땅 킬링필드의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처럼 밝은 평화의 불빛이었다.

50일 만에 캄보디아인 42만여 명, 한국인 1만 2천 명, 외국인 1만 5천 명 등 45만 명이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관람했다. 캄보디아에서 단시일에 가장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첫 국가 차원의 행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엑스포의 인기만큼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행사장이 위치한 시엠립의 캄보디아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의 수도는 경주'라고 말할 정도다.

힌두교 신전 앙코르 와트에도, 불교 사원 바이욘에도 한글 안내판이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관광지마다 한국인들이 넘친다. 속안 캄보디아 부총리는 "2006년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은 전년에 비해 20% 증가한 180만 명인데 이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다."며 엑스포의 성과를 자랑했다.

호수 '톤레샵'에도 한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수상가옥들이 즐비하다. 황톳빛 호숫가를 따라 우리의 시골 원두막을 연상케 하는 열대식 초가들이 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원두막 아래엔 어미닭과 병아리, 돼지, 강아지들이 먹이를 찾고 있는 정겨운 모습이다. 수상가옥엔 따로 화장실이 없다. 호수로 버려진 인분을 물고기들이 먹어치운다.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널려 있지만 자연 정화능력이 아직 살아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 많아 언뜻 기아와 빈곤을 떠올리기 쉽지만 생활은 낙천적이다. 문명보다는 자연에 더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에 울려퍼진 엑스포의 감동은 더 컸을 것이다.

경상북도는 이번 엑스포 개최 후 '경상북도'경주시 홍보관'을 캄보디아 시엠립에 건립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관용 도지사는 "경북도의 홍보 거점 및 지역 기업의 캄보디아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직원을 상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엑스포 성공개최의 실질적인 열매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문화행사 수출 1호'가 캄보디아에서 거둔 실적은 무역수지처럼 수치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해 1천400만 캄보디아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마음을 얻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시엠립의 시내 곳곳엔 외국 기업의 간판들이 흔히 보이는데 한국 기업 간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앞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거둘 열매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또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해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크메르 제국 당시 사람들이 앙코르 와트의 벽면에 정교하게 조각을 새겨넣듯 세계인의 가슴속에 한국문화를 새겼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라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가 해야 할 한국문화 홍보 및 국가 이미지 제고 사업을 대신 해낸 것이다.

하지만 경주가 이뤄낸 이러한 성과와 대조적으로 '세계역사문화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경주특별법)'은 해를 넘겨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비협조로 발목 잡혀 있다. 1천 년의 역사와 세계문화유산을 가진 경주도 잘 보존하고 가꾸지 않으면 21세기 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 앙코르 와트의 성공을 보며 경주특별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기대해본다.

민병곤 편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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