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생활계획표도 컴퓨터로

지난 주말 사촌동생이 집에 놀러와서 방학을 했다고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을 봤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손으로 작성하고 예쁘게 색칠하고 그렇게 만들었는데 동생은 컴퓨터로 예쁘고 깔끔하게 작성하고 있었다. 나는 일상적인 생활들로 계획을 작성했지만 초등학생인 동생은 학원생활이 위주가 된 계획표를 보았다. 계획표 작성 방식도 나와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철없던 그 시절 방학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마냥 놀기만을 생각했던 그때 해가 저물도록 놀아도 또 놀기를 원했다. 방학이 시작하면 일단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을 비롯해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하고 부모님도 도와드리고 일기도 쓰고 씻고 자고 이렇게 하루를 꽉 찬 일과로 만들어 놓고서는 단 한번도 제대로 지켜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놀다보니 방학은 다 지나가고, 개학 일주일전부터 바빠 오기 시작한다.

밀린 숙제와 일기를 쓰다보면 밤을 새기도 하고 그렇게 어영부영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새학기를 맞이했다. 그렇게 밀린 숙제를 할 때는 다음 방학 때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겨울방학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계획표대로 알차고 보람찬 방학을 보낼텐데….'

박광수(대구시 달서구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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