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家族(가족)'이라는 말 대신 '食口(식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게 가족을 규정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자녀를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식구 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근무지에서 돈을 벌고 어머니는 자녀를 따라 異域萬里(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난 가족이 얼마나 많은가.
○…현대판 '새타령'이라 할 수 있는 '기러기아빠' '뻐꾸기엄마'라는 新造語(신조어)들이 통용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못 배운 게 한이 돼 일자리에 홀로 남아 허리가 휘는 아버지들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만삭의 몸으로 해외에 가서 둥지 틀고 출산하는 '뻐꾸기엄마'들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힘없는 민족이 가지는 恨(한)의 표본이라고 너그럽게 보더라도 슬픈 풍속도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해외에서 두 번 우는 家長(가장)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자신만 해외에 남고 가족은 다시 다른 나라로 보내는 '해외 체류 기러기아빠'들이 그들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이 '新(신)기러기아빠'들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보여주는 새로운 세태의 주인공들이라고나 할까. 이 같은 '해외 離散(이산)'아버지들은 경제적 부담은 물론 이산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다 향수병까지 앓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기러기아빠들과는 또 달리 '기러기'가 된 이들은 대개 英語圈(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근무하며 가족을 미국 등으로 보낸 경우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의 해외 발령으로 외국으로 나간 '파견 동행' 학생은 연간 8천 명이 훨씬 넘는다. 이 학생들이 다시 다른 나라로 간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나 크게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핵가족' '동거가족' '독신가족' '무자녀가족' '기러기가족'에다 이젠 '신기러기가족'까지 등장했으니 그 모습도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 역동적인 변화에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가족 解體(해체)' 문제가 아닐까. 자녀 교육도, 신분 상승도 중요하고 이기적 발상도 그렇지만 '신기러기아빠'가 국제사회에서 가족 해체의 '最新(최신) 모델'이 되는 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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