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연쇄 살인범행이 발생한다. 범인과 경찰 사이에 쫓고 쫓기는 머리 싸움이 계속된다. 결국 범인이 잡힌다. 많은 범죄 영화에서 자주 다뤄온 내용이다. 보통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사건 그 자체와 추격전 그리고 체포에 집중된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다. 그래서 잔혹한 범죄 자체를 다루는 일반 하드고어 영화나 소설보다는 범인의 사고를 분석하고 이를 쫓아가는 범죄 스릴러 영화·소설이 더 많은 관객·독자를 부른다.
'레드 드래곤'(1981), '양들의 침묵'(1988), '한니발'(1999) 등을 통해 인육을 먹는 살인자이자 의학 박사인 한니발 렉터를 선보인 토머스 해리스의 2006년 12월 신작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 렉터가 냉혹한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묘사, 탄력 있는 장면들로 꾸며진 이야기'(미 보스턴 글로브지)로 그려내고 있다.
한니발 렉터는 소설로 창조된 악한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의사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는 음악이나 미술에도 해박하다. 살과 피를 상징하는 스테이크와 포도주를 즐기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치밀한 범죄 행각은 경찰에 실마리를 거의 남기지도 않는다.
아주 우연하게 꼬리가 밟혀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 수용됐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탈출해 자신의 삶을 계속 영위해 간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두뇌 싸움과 타고난 살인자로서의 면모는 읽는 이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한니발의 살인과 식인 행각, 완벽하다고 할 정도의 지적 완성도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지은이는 그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과 결부시킨다. 인류의 광기가 극한적으로 드러났던 최악의 전쟁은 리투아니아의 백작 가문인 렉터 집안도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오랜 피신 생활 막바지에 찾아온 비극, 특히 약탈자들에
의해 동생 미샤가 죽임을 당한 일은 소년 한니발에 심각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남긴다.
이후로 세상과 문을 닫은 한니발은 숙부와 숙모의 보살핌 아래 상류 사회에 머무를 수 있는 교양을 쌓아간다. 어릴 적 가정교사 자코브 선생에게서 배운 기억의 궁전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하면서 한니발은 서서히 '살인의 천재'로 성장해 간다.
전작에서 보여준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한니발 렉터 박사의 과거를 보여준 토머스 해리스는 다시 한 번 잔인함으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 한니발을 범인으로 확신하는 포필 경감과의 숨바꼭질도 이야기 전개의 끈을 더욱 죈다. 절정 부분에서의 빠른 사건 풀이도 여전하다. 한니발 렉터의 매력(?)을 한층 더 살려줄 것임에 틀림없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