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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 시조산책-정해송 作 '2월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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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산은

정해송

한바탕 격전을 앞둔

정적이 감돈다

은밀한 신호들이

나무 사이 오가면서

능선은 귀를 세우고

숨을 죽여 엎드렸다.

불꽃 튈 싸움을

예감하는 바람이

벗은 가지 끝을

전율처럼 흔들어

전신에 촉수가 서고

응전하는 자세된다.

까치집 망대에서

초병이 견시하고

철 늦은 눈보라가

이따금 흩날려도

녹두빛 깃발을 날리며

함성들은 오고 있다.

2월은 겨울로선 막바지지만, 봄으로선 감질나게 자꾸 코끝에 침이라도 묻혀야 할 계절입니다. 그런 2월에 읽어야 제격인 작품이기에 기억의 곳간에서 서둘러 시조 한 편을 꺼냅니다. 적이 마음이 급해져서요.

시인은 아마 2월 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순결의 시간을 읽은 듯합니다. 삼라만상에 움트는 신생의 기운, 그 걷잡을 수 없는 자연의 호흡을 한바탕 격전을 앞둔 정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시종 불꽃 튀는 긴장의 풀무로 시상을 몰아가는데요. 그것이 강렬한 생명 에너지를 예비하는가 하면, 전신에 촉수가 서는 감동의 응전을 가능케 합니다. 녹두빛 깃발을 날리며 오는 함성에서 우리가 질정 못할 생명의 절정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인의 시적 사유는 타성에 젖은 언어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절제와 응축이라는 시조 본연의 형식 미학이 엔간해서는 놓치기 쉬운 미시적 정감의 무늬를 신선한 이미지의 충격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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