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임 30년' 영진전문대 최달곤 학장

최달곤(70) 영진전문대 학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30여 년 전 대구시 북구 복현동 들판에 허름한 건물 한 동으로 시작한 교육사업을 이젠 번듯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로 최 학장은 영진전문대 학장을 맡은 지 꼭 30년을 맞았다.

영진전문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말하는 그에게서 칠순 노인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이 묻어났다. 최 학장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교 이름조차 알아주지 않았는데, 본교 재학생이 올해 교육부 선정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받고 2007년도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의 영진전문대는 대구·경북지역뿐 아니라 전국 전문대의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한 '2006 전문대 학과 평가'에서 디자인계열과 건축인테리어디자인계열 등 평가대상 학과가 전국 전문대 중 유일하게 모두 A+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또 2006년도 대학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률(교육인적자원부 발표)에서 91.3%(2005년 90.6%)로,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최 학장은 영진전문대 도약의 비결로 ▷주문식 교육 ▷교수 임용 방법을 꼽았다.

"80년대 졸업정원제 실시로 4년제 대학 진학자가 30% 늘면서 전문대는 학생원서를 구걸하다시피했다. 졸업정원제 원년, 학생 정원의 35%만 모집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주문식 교육' 방안을 고심하게 됐다."고 최 학장은 회고했다. 이때 학생 모집은 취업률과 직결되고, 결국 교육 수요자인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

주문식 교육이란 대학의 일방적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체로부터 소요 인력, 교육 내용 등을 미리 주문받은 뒤 여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하는 교육 방식. "교직원들 반발이 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94년 주문식교육 시범대학 지정신청을 앞두고, 연수원에서 전체 교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분임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토론 과정을 거쳐 결국 분임조별 투표에서는 87%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기 때문에 무리없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시행착오도 만만찮았다. "30대 그룹에 커리큘럼과 교재, 교육방식 등에 관한 주문서를 보내면서 교수들의 기존 교재는 모두 휴지통에 넣었으나, 학교 지명도가 떨어지다보니 도대체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되짚었다. 기계계열, 컴퓨터정보계열, 전자계열 등에 컴퓨터 시스템 등 전산화를 잘 갖추고, 이 분야 학생들 실력이 인정받으면서 점차 들어온 주문은 2004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7년 현재 12개 계열(학과)이 106개 기업체와 주문식 교육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최 학장은 "2005년부터는 주문식 교육시스템을 중국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2005년 2월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LG전자, LS그룹, 현대자동차 등 16개 기업체와 협약을 체결해 모두 263명의 인력을 주문받았다는 것.

또 고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인성을 파악하고, 철저하게 현장기술인력 위주로 교수를 뽑는 방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88년 이후부터 산업체 현장 경력이 없는 사람은 가능하면 교수로 뽑지 않는 대신 생산라인 근무자를 채용하면서 실무 전문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신임 교수들과 기존 교수들과의 관계, 학생들의 적응 여부를 우려했지만, 현장경험이 많은 신임 교수들이 잘 융화하면서 좋은 성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진전문대는 교수 220명 가운데 현장기술 경험을 가진 인력이 전체의 70%를 웃돌고 있다.

최 학장은 앞으로는 '글로벌화, 국제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영진 2010'이란 기치 아래 다양한 국제화 시설과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와의 상담을 위한 '글로벌센터', 영어방송 시청이 가능한 '잉글리시 카페', 외국인 교수 및 영어권 유학생과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는 '잉글리시 존', 일일 영어회화 교내방송인 '에브리데이 잉글리시', 영어 원어 강의, 교내 각 시설물 영문 표기, 영어 시청각실 등이 그것이다.

최 학장은 "5년 전부터 학생 20여 명씩을 선발해 8주 간격으로 해외연수를 보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필리핀 20여 대학과 협약을 맺고 우수 교수들을 초빙해 원어 강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학생은 다시 조장을 맡아 3, 4명으로 그룹을 만든 뒤 생활영어 학습, 원어강의 수강 등을 벌이고 있다.

"혁신적 마인드와 과감한 추진력을 갖출 때 조직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노(老) 학장에게서 '젊음보다 더 강한 힘'이 느껴졌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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