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가장 찬란하고 복된 시기입니다. 많은 자원과 지혜를 세상에 나누고 섬기면서 생애를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죠. "
아름다운 노년문화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정경숙(59) 소장은 대구에 새로운 노년문화를 꿈꾸고 있다. 이제 예순, '노년'이라 할 수 있는 나이의 초입에 서 있는 정 소장은 경로당이나 노인대학에서 줄 수 있는 '밥'과 '춤' 외에도 노인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많다는 것을 인터뷰 내내 지적했다. 60세 이후 20여 년을 움츠러든 채 '쓸모없는 존재'로 늙어갈 수 없다는 것.
정 소장의 노인과 죽음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에 아동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논문을 쓰다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죽음을 너무 터부시해요. 일본이나 미국·독일에선 중학생 때부터 죽음 준비교육을 시키거든요. 반면 우리는 죽음을 너무 모르니까 자살도 오히려 많아져요."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로 이어졌고 여성운동, 환경운동으로 외연을 넓혀갔다. 정 소장은 1988년 '함께하는 주부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 후로도 평생교육, 주부대학, 보육교사 프로그램 등 중년여성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60대부터 80대까지, 좀 더 멋있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속에 있는 천복(天福)을 세상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름다운 노년이죠. 60대는 오그라드는 삶이 아니에요."
중년 문화 역시 마찬가지. 정 소장은 주부들에게 과연 중년문화가 있는가 반문했다. 중년 여성들의 자기 자신만을 위한 문화가 없다는 것. 정 소장은 중년여성이 자기 속에 들어가 하고 싶은 것을 끄집어내고 사회로 확장해가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사회의 지원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중년여성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베이비 시터, 방과후 학습 교사 등도 55세가 넘으면 원서도 못내게 돼 있어요. 중노년 여성들의 인력 개발이 정책적으로 필요하지 않겠어요? 뛰어난 인재들을 마냥 썩히고 있잖아요."
이런 이유로 정 소장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할 생각이다. '노인교육 전문지도자과정', '살맛나는 인생을 위한 길목 아카데미', '죽음준비교육 전문지도자 양성과정' 등은 모두 중년부터 노년까지 자아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나이듦의 문화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 이게 바로 제 노년 프로그램이에요. 열심히 일하다가 세상을 뜰 수 있다면, 그게 복이 아닐까요."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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