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초등학교 2학년때 귀국했는데 우리말이 서툴러 애를 먹었죠. '싸구려 미국산'이라고 놀림도 받고, 심지어 체벌을 받느라 쓰레기통 옆에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충격이 컸는지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더군요."
올해 능인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김재승 군의 어머니 최지은(46) 씨는 이렇게 운을 뗐다. 재승 군의 아버지는 대구대 경영학과 김정섭 교수. 박사 학위를 받느라 미국에 머물던 시절, 재승이가 태어났다. 어린 시절 우리말을 곧잘 했지만 미국 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를 주로 쓰게 됐고, 귀국 전 부랴부랴 우리말을 가르쳤지만 학교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때 아빠가 대학에서 안식년을 받아 일년 정도 다시 미국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 때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돌아온 셈이죠. 돌아와서는 오히려 한국이 더 좋다며 한국인으로서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승이는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내내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기 때문. 아무래도 국어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고 1때부터 근처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학원 수업 자체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오히려 모의고사를 계속 치르면서 반복되는 문제의 유형을 파악하자 이후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수학도 고 2때부터 학원 단과반에 일년 정도 다닌 게 전부다. 과외는 전혀 받아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혼자 공부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며 과외는 꺼렸기 때문.
"어릴 때부터 학습지를 하기는 했지만 쉬운 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는 훈련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오래 생각해서 풀어내도록 유도하는 쪽이었습니다. 심지어 하루 종일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어요. 학원이나 과외보다는 동영상 강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EBS 강의는 연간 2만 원, 사설학원 강의는 과목당 7만 원 정도면 들을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훨씬 적었죠."
재승이는 책을 많이 읽었다기 보다는 정독하고, 그 내용을 되새겨 생각하는 편이다. 사상, 법학 등 사회과학 분야 서적을 즐겨 읽었고, 아버지와 토론하는 것을 즐겼다. 정치, 경제, 국제문제 등을 두고 식탁에서 또는 거실에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토론이 구술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재승이는 별도로 구술시험에 대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한 적이 없다.
"고 3때는 12시에 귀가하면 12시30분쯤 잠자리에 들고, 6시30분쯤 일어나서 아침 먹고 7시까지 학교에 갑니다. 고 2때까지만 해도 7, 8시간은 꼭 잤습니다. 재승이는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안 조는 아이로 유명했어요. 그런데 3학년이 되자 학교에서 졸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쉬게 하고 싶었지만 '학교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학교 방침은 그대로 지켰어요."
재승이는 스트레스를 운동과 음악으로 풀었다. 특히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는 수준급. 집에서도 한 시간 공부한 뒤 피아노를 치고, 다시 한 시간쯤 공부한 뒤 피아노를 치는 식이었다.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을 한 적도 있는 재승이는 1등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잖았다고. 한 번은 모의고사 전교 2등을 했는데 "이러다가 뒤쳐지는 거 아닌지 몰라'하며 푸념한 적도 있단다. 하지만 그러는 것도 잠시. 다시 공부에 몰두하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재승이는 서울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학교에서 장학금 60만 원을 받았고, 고 1때 경제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대학 입학금 및 등록금 반액을 장학금으로 받기도 했다.
"집에서 인터넷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아하는 아이예요. 여자 친구도 있는걸요. 부모로서 해 준 것을 굳이 말하라면 인내하는 법을 가르친 정도죠. 철이 든 뒤에는 고함치며 나무란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를 보내며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푹 자라, 많이 먹어라"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재승이의 아이큐(IQ)는 146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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