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제35회 세계크로스컨트리선수권대회가 열린 케냐 몸바사에서는 아프리카와 케냐의 불안한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대회 현장을 취재한 매일신문 등 언론사 기자들과 대회 참가자 일부는 30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린 경기장(골프장과 해안)에서 관중들의 테러에 위기의 순간을 넘겨야 했고 한동안 공포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고는 대구 세계육상대회 유치 대표단이 임대한 버스가 현지 안내 요원의 실수로 보안이 허술한 곳으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김범일 시장, 박상하 유치위원회 상임 고문 등과 취재진이 탄 버스 2대는 순식간에 도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점령당했고, 위기를 느낀 대표단 일행은 버스를 버리고 안전지대(VIP석)로 도주했다.
일행의 맨 마지막에 섰던 기자는 이때부터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강도로 돌변한 군중들에게 에워싸여 폭행당하며 휴대전화기 등을 빼앗겼다. 온몸을 붙들고 물건을 빼앗는 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달아나 위기의 순간을 벗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기자의 오른쪽 엄지 발톱이 부러져 신발이 피로 물들었다. 다행히 앞쪽 버스에 탄 김 시장 일행은 먼저 빠져나가면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나 뒤쪽 버스에 탄 일행 중 일부는 지갑과 손수건 등 소지품들을 빼앗겼다.
케냐 대통령과 IAAF 임원 등이 자리 잡은 본부석 부근도 안전지대가 되지 못했다. AD카드를 목에 건 한 대회 참가 여성이 가방을 강탈당한 후 정신 나간 듯이 울부짖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지만 현지에서 고용한 보안 요원과 경찰, 최정예를 배치했다는 케냐 군인 대다수는 강 건너 불 구경하는 듯했다. 가방을 뺏긴 여성이 그들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하나같이 외면했다.
2시간 이상을 수소문한 끝에 대회 조직위가 운영하는 버스를 빌려 타고 그곳을 벗어났지만 그나마 안전하다는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구의 2011년 세계육상대회 유치 여부를 떠나 몸바사는 기자에게 두고두고 악몽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케냐 몸바사에서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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