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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이재행 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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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처럼 부푼 목련을 본다

아름다운 힘과 가난한 휴지가

어둠의 末尾속에 숨겨져 있다

변함없는 4월

性愛의 물은

정다운 허리를 타고 내려

강을 건너는

봄밤의 노예를 본다

바람 잔잔한 날

이름없이 그리워지는

마른 혀의 봄

성기와 비뇨기는 같으면서 다르다. 남자들에게 그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혹시 "부푼 목련"에서 성기를 읽는 상상력이 불편하신가? 그렇게 느껴진다면 스스로를 들여다보시라. 무엇이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지를. 봉오리가 벌어지기 직전의 부풀어 오른 목련 꽃눈은 포피에 싸인 사춘기 아이들의 성(性)을 닮았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불쑥불쑥 불거지는 "아름다운 힘", 봄이 되면 나무/사춘기는 가지마다 붉디붉은 꽃숭어리를 매단다. 꽃이 제 필 자리를 찾지 못하면 "어둠의 말미(末尾)속에 숨"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난한 휴지"가 필요한 것.

4월에는 바야흐로 "성애(性愛)의 물"이 봄밤의 허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누구나 경험한 바 있겠지만, "봄밤의 노예"가 된 사람은 바싹바싹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안쓰럽다, 부풀어 오른 목련을 "성기처럼" 보는 가난한 젊음이여. "어둠의 말미"에 숨어들 수밖에 없는 가난한 젊음이여. 그러고 보니 말미란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말미(末尾)가 아닌가? 봄밤을 낭만적 서정으로 펼치는 한국시의 문법에 황칠을 해놓고 짓궂게 웃고 서있는 시인이여. 황천, 그 거기 4월에도 "성애의 물"이 혼곤하게 흘러가는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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