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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절값 차지하려 호텔서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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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새해 노총각의 소망은 결혼이었고 그 꿈은 지금의 아내 때문에 가능했다. 너무나 가난한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란 생각으로 주춤했지만,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노력으로 사귄 지 11개월 만에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다.

제주도의 이국적인 비경은 이전 몇 번의 방문으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신혼여행지로 택하게 됐다. 몸이 약했던 아내를 데리고 물 다른 낯선 외국여행지에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여유로운 여행을 하기 위해 비행기표와 호텔을 따로 정했다. 늦은 기상과 바닷가 산책, 룸서비스를 통한 아침식사는 결혼 후 지금까지도 가장 편안한 아침으로 기억한다. 또 친척들로 받은 '절값'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호텔을 숨바꼭질한 기억은 돈 때문에 싸운 첫 전투였다. 당시 회사 프로젝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바빴지만 꿀맛 같은 일주일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 내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던지, 주요 순간마다(?) 전화가 걸려와 곤혹스럽게 했다. 전화기를 신혼여행에 갖고 간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특히 꼬불꼬불한 5·16도로를 내려오다 멀미하는 아내의 등을 두드리고 있을 때 직접 연관 없는 일로 전화하신 직장상사. 과잉 친절한 주민인 줄 알았다 결국 장사꾼에게 당한 일. 누가 손님인지 헛갈리게 답답했던 대절택시 운전기사 등. 세월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아름다움만 남는 추억들이다.

결혼 8년, 아직도 이혼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 1999년 제주도 신혼여행지에 새겨놓은 아름다운 추억들과 순수한 약속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도 앨범 속에 '○호텔 신혼여행 기간 중 30% DC권'을 간직하고 언젠가 아이들과 네 식구 함께 갈 날을 기다린다.

이지수(대구시 북구 서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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